‘박근혜 정부 복지정책 중간평가’ 토론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초연금 도입과 함께 ‘박근혜 복지’를 상징하는 핵심 정책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이 안은 최저생계비에 따라 생계·의료·주거·교육 등을 통합해 보장하는 현행 통합급여체계를, 최저보장수준을 새로이 설정해 각기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산정하는 이른바 맞춤형 개별급여체계로 바꾸는 것이 뼈대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기초연금법과 달리, 이 안은 애초 10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논란을 거듭하며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
지난 1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복지정책 중간평가’ 토론회에서 이 개편안은 가장 뜨거운 의제였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원장 유종일)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제 및 토론자들은 이 개편안을 둘러싸고 ‘개악’과 ‘개선’이란 상반된 태도를 드러내며 격론을 벌였다. 핵심 쟁점은 우선 급여대상자 선정기준과 관련한 것으로, 최저생계비로 된 현행 기준을 최저보장수준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찬성을 하느냐 마느냐이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나의 기준, 곧 최저생계비로 생계급여를 포함한 모든 복지급여의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통제하는 현행 급여체계로는 빈곤층에 적정한 급여를 보장하기 어렵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거나 근로빈곤층의 자립을 촉진하는 데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는 상대빈곤 개념인 최저보장수준을 통해 각 급여가 빈곤층의 욕구에 맞게 다원화되면서도, 급여의 총합이 최저생계비 수준을 상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저보장수준 도입으로 수급자 권리성이 침해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거세게 제기됐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는 “개편안은 생계급여 수급권자가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는 권리성 급여가 아니라 행정부처의 재량급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나선 허선 순천향대 교수도 “개정법에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거나 행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개편 이후에는 급여수준과 선정기준이 임의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는 권리성 급여의 핵심 개념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해 최저생계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박능후 경기대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상대빈곤이 절대빈곤 개념보다 현상을 적확하게 포착할 수는 있지만 현실 정책에서 활용하려면 난제가 많다”며 “이 가운데 상대빈곤의 척도가 소득인지 소비인지, 빈곤 기준점을 어디에 둘지를 두고 끝없이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저생계비냐 최저보장수준이냐는 논쟁이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인 것이다.
또다른 핵심 쟁점은 제도개선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이냐이다. 문진영 교수는 “경제 침체 등으로 빈곤층은 늘어나는데 수급자의 수는 전국민의 3% 수준으로 거의 고정돼 있다”고 지적하며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선 교수도 “현재 기초생활보장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규모의 사각지대”라며 “개별 급여 논의보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능후 교수는 개편안의 개별 급여체계를 전제한 개선안을 제시했다. 부양의무자 규정으로 수급을 받지 못하는 가구에 대해서 생계급여의 일부만 지급하는 것부터 단계별로 급여수준과 종류를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노인 빈곤을 완화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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