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987년 초 형제복지원의 내부 모습이다. 김용원 변호사 제공
‘한국판 아우슈비츠’ 사건으로 불릴 만큼 대규모 인권유린이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재발의된다. 3월에도 유사 법안이 제출됐지만 국가의 책임을 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수정 뒤 다시 발의되는 것이다.
진선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8일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랑인 등 사회적 약자를 한꺼번에 청소하려 한 국가 차원의 범죄라는 사실을 규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의원 43명과 함께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등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특별법)을 이번주 안에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정된 법안은 형제복지원뿐만 아니라 다른 수용시설 피해도 구제할 수 있게 했다. 여준민 형제복지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지자 다른 수용소에 감금됐던 피해자들의 제보와 진정이 잇따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 제정된 내무부(현 안전행정부) 훈령이 근거가 됐다. 전두환 정권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부랑인·장애인·고아 등을 마구잡이로 수용시설에 보냈다. 특히 형제복지원에선 1975~87년 3000여명을 감금·폭행하거나 강제노역에 동원해 5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2년 11월 형제복지원 생존자 한종선(38)씨가 체험 수기 <살아남은 아이>를 펴내 형제복지원 사건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3월24일 진 의원 등 55명이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 재발의 이유는, 지난 4월 국회 의안과가 특별법 법안 심사를 안전행정위원회가 아니라 보건복지위원회에 배정한 때문이다. 특별법이 복지위에 배정되면 개별 복지 시설에서 일어난 인권 유린 문제로 축소되지만, 안행위에서는 내무부훈령을 근거로 국가 차원의 범죄라는 점을 밝혀 진상규명의 길을 열 수 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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