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복지 효과’ 연구결과 발표
자살 예방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무임승차 기회비용보다 1000억 커
“교통도 이젠 복지” 인식전환 필요
자살 예방 등 사회경제적 편익이
무임승차 기회비용보다 1000억 커
“교통도 이젠 복지” 인식전환 필요
지하철 안 노인들의 가슴 한켠엔 왠지 모를 죄의식이 꿈틀거린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등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적자 원인으로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를 지목하고, 일부 젊은이는 출퇴근길 지하철 혼잡과 요금 인상의 원인을 노인들한테서 찾는 사회 분위기 탓이다. 이제 마음의 짐을 덜어도 될 듯하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비용보다 최소 1천억원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인 무임승차’를 ‘공짜 혜택’이 아닌 ‘교통 복지’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2일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교통의 복지효과-지하철 경로 무임승차를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가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65살 이상 노인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수도권 철도와 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한다. 서울메트로는 1984년부터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도입했고, 나머지 도시철도도 1991년부터 이를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 등은 적자가 커지자 이를 줄이려면 노인의 교통비를 유료화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철도공사를 제외한 도시철도의 적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2012년 한해 동안 도시철도의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 건수는 2억6848만건에 이른다.
유 교수는 “지하철 경로 무임승차 인원은 유임승차 인원의 10% 수준으로, 이들이 추가로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해서 운영 비용이 그만큼 더 들어가진 않는다. 이들에게 요금을 물려도 늘어나는 수입은 약 1330억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도시철도공사는 경로 무임승차로 한해 3061억원(2012년 기준)의 운임을 걷지 못한다고 하지만 유료화되면 이들 노인의 43.5%만 지하철을 이용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을 고려해 계산한 값이다.
반면 유 교수는 경로 무임승차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한해 227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노인의 이동권 확대가 자살 및 우울증 예방과 의료비 절감은 물론 기초생활수급 지원액을 줄이고 관광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게 근거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교통사고 감소로 절감된 의료비가 702억원, 경제활동으로 인한 의료비 절감이 621억원으로 가장 액수가 컸다. 자살 및 우울증 예방(544억원), 기초생활수급 예산 지원액 절감(272억원), 관광사업 활성화(131억원) 등에 따른 편익도 상당하다.
유 교수는 “노인들은 인터넷 등에 익숙하지 못해 구직이나 경제활동을 하려면 직접 움직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일거리를 찾기도 한다. 경로 무임승차로 온양온천이나 춘천 등지의 관광이 활성화됐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2012년 온양온천역 이용자의 31%는 65살 이상 노인이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실장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가 사실상 ‘교통 복지’라는 점에서 이를 지자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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