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력인정 안해 근무 꺼려
지자체 관리대상 보육원은 호봉제
지자체 관리대상 보육원은 호봉제
“이모, 내가 어깨 주물러주면 안 나갈 거예요?”
서울 노원구에서 아동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을 운영하는 박정자(53)씨는 아이들이 지친 보육사한테 건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학대·빈곤 등으로 가정에서 지낼 수 없어 그룹홈으로 온 아이들인데 새로 온 보육사들이 정 붙일 시간도 없이 떠나는 일이 잦아서다.
지난해말 기준 전국 480개 그룹홈에 2480여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영자와 보육사 2명이 교대로 24시간 아이들을 돌본다. 박씨는 “아이들이 오히려 (보육사한테) 너무 힘들면 그만둬도 된다고 위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주일에 24시간씩 3~4일을 근무하지만, 4대보험 등을 빼고 보육사들이 손에 쥐는 월급은 137만원이다. 근무연수나 경력과 관계없이 모두 같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보육사들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룹홈을 그만둔다.
경력이 있는 보육사일수록 그룹홈 근무를 꺼리는 이유는 정부가 ‘이중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는 아동양육시설(보육원) 종사자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정하며, 올해 기준 초봉 1897만원(월 158만원)에 경력에 따라 급여가 오르는 호봉제를 적용하도록 했다. 반면 정부가 직접 월급을 줘야 하는 그룹홈 종사자들한텐 경력과 무관하게 연봉 1666만원(월 137만원)만을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다. 경력이 5년만 돼도 매달 40만원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용교 광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그룹홈 아이들은 어릴 때 방임된 경우가 많아 일관성 있게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한데 보육사가 자주 바뀌면 안정적으로 지내기 어렵다. 그룹홈 보육사한테도 최소한 아동양육시설 보육사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아동한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종사자 처우를 개선하도록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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