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쪽 반대로 논란…시 “합의 실패”
서울시가 이달 10일 예정했던 서울시민 인권헌장 공표를 거부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사회적 갈등과 논란이 번지는 것을 이유로 인권헌장 공표를 거부하자‘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시민위원회)는 ‘서울시가 시민이 만든 인권헌장을 선포하고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30일 기자 설명회를 열어 지난 28일 열린 6차 시민위원회에서 일부 미합의 조항에 대한 표결처리가 이뤄진 것을 이유로 “서울시는 인권헌장이 최종적으로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인권선언일(12월10일)에 맞춰 발표하려던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며 “(발표하려던 인권헌장은) 자연스레 폐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개신교 단체를 비롯한 보수단체들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인권 헌장 제정을 반대하자 서울시가 애초 없던 ‘합의’를 내세워 시민위원들의 결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위원회는 이날 반박 자료를 내어 “서울시가 시민위원회가 채택한 인권헌장을 조속한 시일 안에 선포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8일 저녁 열린 시민위원회의 비공개 회의에는 110여 명의 위원들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귀가하지 않은 80여 명이 표결에 참여해 60 대 17로 성적 지향성 등에 따른 차별 금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조항을 채택했다. 나머지 위원들은 표결에 불참하거나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위원회에 참여한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는 한 인권헌장을 공표할 수 없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합의를 내세우면서 시민들이 애써 만든 인권헌장을 폐기하겠다는 말과 다를바 없다”며 “이럴 거면 왜 시민위원회를 구성했는지 모르겠다. 박원순 시장이 외쳐온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다짐은 어디로 실종된 것이냐”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인권헌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 8월 전문위원 30명, 시민 150명 등 180명으로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를 꾸렸으며 이 가운데 16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퇴해 164명이 활동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시민이 누려야 할 인권적 가치와 규범을 담은 서울시민 권리헌장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태우 기자 windage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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