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등 국회 재처리 앞두고 지적
“부모 보육참여·교사 처우개선 시급
인성·경륜 갖춘 교사 확보 유도를”
“부모 보육참여·교사 처우개선 시급
인성·경륜 갖춘 교사 확보 유도를”
지난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정치권에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후폭풍이 거세자 여야는 4월 국회에서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 학부모들은 이번 기회에 ‘시시티브이 만능론’을 걷어내고 더 체계적인 대책을 모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마리아(37)씨는 3살 아이를 민간 어린이집에 보낸다. 이곳엔 아예 시시티브이가 없다. 이씨는 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장님과 선생님들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시시티브이가 없어도 전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등하원시킬 때 현관문도 못 넘어오게 할 정도로 폐쇄적인데 여기는 언제든 학부모가 드나들 수 있고 아이들의 교육, 건강, 친구관계 등에 대해서도 원장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이 서로 신뢰를 쌓다 보니 그 마음이 아이한테까지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시티브이 설치가 되레 이런 신뢰관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본다.
6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홍윤경(44)씨는 “지난해 어린이집 부모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면서 40여곳의 어린이집을 둘러봤다. 인천 아동 학대 사건처럼 극단적인 사례는 드물다. 그보다는 어린이집에서 말 못하는 아이를 방치하는 등의 정서·언어 학대가 더 큰 문제인데 이는 시시티브이로 해결되지 않는다. 부모의 보육 참여와 교사 처우 개선이 훨씬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미순 ‘참보육을 위한 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시시티브이가 있다고 부모들이 안심한다는 건 안일한 발상이다. 엄마들은 오히려 왔다 갔다 하는 정부의 보육정책을 더 못 믿는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시시티브이의 효용성을 부정하진 않지만 아동학대 예방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건 문제로 본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시시티브이는 증거 확보라는 사후 처리 수단이지 학대 예방책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를 반대하면 어린이집 학대를 방조한다는 비난을 받는 분위기”라며 “인성과 경륜을 갖춘 교사들이 계속 남아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보육의 공공성을 확대해야겠지만 당장은 어린이집 교사들의 학력·경력 등을 학부모에게 공개하도록 해 어린이집들이 좋은 교사를 많이 확보하도록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완정 인하대 교수(아동학)는 “교사들의 월급을 10만~20만원만 올려도 현장에선 큰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야 원장들도 좀 더 우수한 인력을 데려올 수 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부결로 숨 고를 기회가 생긴 만큼 더 실질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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