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지지출 구조조정 방침 탓
재량지출 항목 우선 삭감 가능성
재량지출 항목 우선 삭감 가능성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짜며 복지 분야의 지출을 구조조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자, 가뜩이나 형편이 어려운 서민층의 복지 혜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이 쏟아진다. 복지 예산은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 등 대부분 법으로 정해 놓은 사업에 쓰여 축소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국고보조금 복지 사업 가운데 재량지출 사업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7일 보건복지부의 올해 예산안을 보면 국고보조 사업 예산 26조1861억원 가운데 법으로 정해 놓은 의무지출액이 20조2276억원으로 전체의 77.2%에 이른다. 나머지는 재량지출 사업으로 5조9585억원(22.8%)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 예산 가운데 기초연금이나 의료급여 지원 분야는 올해 예산이 각각 7조5824억원, 4조5334억원 등으로 규모가 매우 크고 법으로 정해져 있어 규모를 줄이기 어렵다. 다만 불필요하게 누수되는 부분은 낭비를 차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밝힌 예산안 지침대로 부처별 보조금 사업을 추가로 줄인다면, 그간 성과 관리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복지 사업이 우선 축소·정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발표된 2013년 회계연도 복지부 재정사업자율평가 결과에서 ‘장애인 생활시설 확충’(516억원) ‘아동시설 지원’(272억원) 등 9개 단위 사업이 ‘매우 미흡’, ‘노인 요양시설 확충’(626억원) 등 5개 사업이 ‘미흡’ 평가를 받았다. ‘매우 미흡’ 평가를 받은 사업은 원가정에서 생활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대안 거주시설을 확충하거나 요보호아동이 지내는 소규모 가정시설(그룹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가장 취약한 계층의 직접적인 복지와 관련된 사업부터 정부가 손을 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 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한 대로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으로 자격정보 관리를 강화해 부적격 대상자 지원을 방지하고, 중앙-지방정부 사이의 중복·유사 복지 사업을 정리하며, 의료급여 등 빈곤층 의료비 지원의 낭비 요소를 우선적으로 없애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런 방식으로 올해 안에 복지 재정 3조원을 아낀다는 계획이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취약계층의 실질적인 복지 축소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각 사업의 적격성·타당성을 판단하지 않고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는 방식으로는 지출 조정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복지 예산 부족과 관련해 세수를 늘리라는 압박을 모면하려고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고 짚었다.
박수지 김양중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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