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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절대 밥 해먹지 마” 인천 그날 이후로도, 엄마가 해줄 말은…

등록 2020-11-19 16:42수정 2020-11-20 02:32

보건복지부, 취약계층 아동 6만3350명 조사

월 120만원 벌어 세 남매 홀로 키우는 엄마
“밥 미리 해놓고 큰아이에게 ‘동생 챙겨 먹여’
아이들 두고 나가 영상통화로 틈틈이 확인”
인천 초등생 화재 뒤 287명 돌봄서비스 지원
학대 우려 아동 568명 발견해 일부 경찰 신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

지난달 13일 지역에 있는 한 취약계층 가정을 찾은 장아무개 아동통합사례관리사는 문을 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초등학교 5학년 지수(가명)양과 4학년 지훈(가명)군이 사는,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낡은 빌라는 생활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위생 상태가 열악했다. 부모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5만원을 내고 사는 이 집에는 싱크대가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고, 화장실에는 변기를 비롯해 곳곳이 부식된 상태였다.

두 아이는 책상도 없이 바닥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벽지와 장판에도 곰팡이가 선연했고, 옷가지와 전선이 어지럽게 엉켜 있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는 지병을 앓고 있고, 어머니는 제조공장에서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부모는 평소 아이 돌봄이나 청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장 관리사는 “그래도 가정 상태를 점검한 뒤 사회복지단체 등을 연계해 집을 수리하고 가구 등도 새로 들였다”며 “이후 지수가 처음으로 집에 친구들을 초대했다며 자랑했다”고 말했다.



#2.

ㄱ씨는 카페 일을 하면서 월 120만원을 벌어 월세 14만원 임대주택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과 1학년 아들, 5살 아들 등 세 남매를 홀로 키운다.

이혼한 남편이 양육비를 월 100만원씩 보내고, 한부모 가정 아동수당도 월 40만원 나오지만, 벌이를 끊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도 가지 못하게 되면서 사실상 방치 상태가 되고 말았다.

미리 밥을 해놓고 큰딸에게 동생들을 챙겨 먹이라고 하지만, 겨우 9살 된 큰딸이 돌봄을 맡을 수 없는 건 자명한 일이다. 특히 ‘인천 초등생 형제 화재사고’가 난 뒤에는 아이들에게 “절대 밥 해먹으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틈날 때마다 영상 통화로 상태를 확인하지만, 불안함은 감출 수가 없다.

지역의 아동통합사례관리사는 지난달 21일 이 가정의 상태를 점검한 뒤 지역아동센터 등과 연계해 돌봄 공백 상태를 메울 수 있게 했다.

그래픽. 한겨레
그래픽. 한겨레

지난 9월14일 발생한 ‘인천 초등생 형제 화재사고’ 발생 이후 실시한 정부의 취약계층 아동 집중점검에서 학대가 우려되는 아동 568명이 발견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22일부터 한달 동안 점검 대상 취약계층 아동 6만3350명의 양육 실태를 조사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 결과, 학대가 우려되는 아동이 568명 발견됐는데, 복지부는 특히 정서·신체적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아동 52명 중 4명은 경찰 신고, 4명은 가정에서 시설로 분리, 보호자의 우울증 등이 확인된 44명은 아동보호 전문기관 등에 조사 의뢰 등의 조처를 했다.

특히 실태 조사에서 한 한부모 가정 보호자가 조울증과 알코올 중독 등의 상태에서 폭언을 하는 등 정서적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아동이 발견돼 경찰에 신고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이 아동의 신체 학대 피해가 추가로 발견돼 보호자와 아동의 강제 분리 조처가 이뤄지기도 했다.

복지부는 또 저소득 가정이면서 한부모 가정이거나 아동 또는 부모의 장애, 질병, 부채 등으로 돌봄의 어려움을 겪는 아동 1만4115명 중에서 287명에게 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174명에게는 급식을 지원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

복지부는 이번 집중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학교와 돌봄 시설 운영이 중단될 경우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대면 사례관리를 의무화하고 위기가구 가정방문 횟수를 연 4회에서 12회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혜미 이재훈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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