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수능 개편안 빠진 정시확대 공약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후보의 대입 정시 확대 공약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청년 3대 공정정책’으로 ‘정시확대’를 부각시키자 교육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입시 경쟁 완화·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입 새판짜기가 시급한 상황에서 이 후보가 당장의 표 얻기에 급급한 공약만 내놓자, 교육 개혁을 열망해온 ‘집토끼’마저 잃고 말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청년 3대 공정정책’을 발표하며 수능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정시확대 등으로 계층이동 사다리를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수능을 전제로 ‘정시 40%룰’(서울대 등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정시 비중을 2023학년도까지 40% 이상 끌어올리도록 권고) 이상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발표였다. 지난달 10일 ‘교육대전환 8대 공약’ 발표와 견주면 정시 비율 관련 입장 변화는 좀더 명확하다. 당시만 해도 정시 40%룰을 유지하는 선에서 정시와 수시 비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정도였다. 동시에 수능 ‘킬러문항’ 금지, 미래지향적 대입제도 마련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공약이 되레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달 10일 발표는 구체적 실행 의지가 담긴 공약이라고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수능 개편 관련) 세부 공약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히려 더 부실한 내용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20~30대 남성 표심을 잡으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기능적이고 단기적인 접근에 불과하다”며 “오지선다형 문제풀이식 교육에서의 탈피, 정시-수시 비율 조정을 넘어선 대입 새판짜기 등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공약에)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이 후보를 향해 교육 개혁을 열망해온 집단을 이탈시키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와 엇박자를 내는 공약을 여당 후보가 내세우는 모양새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교육계에서는 현행 수능 정시 위주 전형이 계층별·지역별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2021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선발 결과를 재구성한 자료를 보면, 정시 합격자 가운데 78.4%가 수도권 출신이었다. 인구 비례나 수시전형과 비교해봐도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다. 고소득층 자녀의 수능 1~2등급 비율이 저소득층의 5배에 가까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윤경 회장은 “수시가 사교육 도움 없이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울 수 없다는 주장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정시에 비할 바가 아니”라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외부 개입 요소가 많이 줄어든 반면 정시는 여전히 사교육비와 비례해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는, 처음부터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이 유리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학년도 대입부터는 정규 교과과정 이외의 비교과 활동의 대입 반영이 아예 폐지될 예정이다.
현재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결코 낮은 것도 아니다. 김성천 교수는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적지 않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등급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지금도 수능을 앞두고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학원으로 가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정시 확대 요구는 사실상 ‘인서울 대학’에 한정된 것인데 이들 대학은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이미 상당 부분 정시를 확대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도 이날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시 확대는 상위 경제력을 갖춘 계층과 사교육 과열 지구로 불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국민들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국민을 분열시키는 공약”이라며 “수능 개편안 없는 정시 확대 공약은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교육걱정은 이 후보뿐만 아니라 정시 100%·수시 폐지를 내세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여러 차례 정시 비율 확대를 언급해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도 해당 공약을 철회하고 국민과 시대 요구에 걸맞는 교육 공약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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