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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가를 재워놓고 일하러 나간 사이에 아가가 잠에서 깨어나 울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동물들이 하나씩 나타나 “누가 울어?”하고 묻지요. 그럼 아가는 동물들이 나타날 때마다 묻습니다. “우리 엄마 어디 있어?” 하고요. 엄마가 없다는 걸 눈치챈 동물들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습니다. “아가야, 울지마. 내가 놀아 줄게.” 동물들은 기꺼이 아가랑 함께 놀아줍니다.
아가의 울음 소리를 처음 듣고 나타난 고양이는 아가 가슴을 살궁살궁 두드리며 다시 재워주려 하지요. 하지만 아가는 다시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그러자 이번엔 강아지가 멍멍 하며 뛰어와서 놀아 주죠. 그러나 신나게 놀다가도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면 또 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게 아가지요. 결국 수탉이 꼬꼬댁 하며 날아오고, 게가 풀썩풀썩 기어 나오고, 거북이도 엉금엉금 기어 나옵니다.
아이가 이 책을 처음 보았던 건 두 돌이 조금 지났을 때입니다. 어디서 보고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친구야, 놀자!”하고 외치기도 하고, 밖에 나갈 때면 신이 나서 혼자서 쌩하고 달려가는 바람에 가슴을 무척이나 졸이게 했던 때였지요. 아직은 친구도 없고, 특별한 놀이 방법도 잘 모를 때였고요.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두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듯한 표정이었지요. 그네 타기, 비누방울 놀이까지는 기분 좋게 보던 아이가 고양이, 강아지, 수탉이랑 함께 발에 물감을 묻혀 발자국을 만들며 노는 장면에서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자기도 걷고 뒤를 돌아보지만 이렇게 발자국 무늬가 생기지 않는 게 아무래도 이상한가 봅니다. 결국 전 아이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 물감을 풀어서 아이가 직접 발바닥 모양을 찍어보게 해 줄 수밖에요.
책을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아이가 넋을 잃고 보던 장면은 고양이, 강아지, 수탉, 게, 거북이까지 모두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노는 장면이었지요. 이 장면은 다른 장면과 달리 글자가 없이 펼침면 가득 푸른 바닷속에서 노는 모습만이 담겨 있죠. 아이는 이 장면만 나오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죠. “왜?” 아이가 대답합니다. “나도 들어가서 놀고 싶어.” 전 가벼운 기분으로 말했죠. “그럼, 들어가.” 아이는 갑자기 책에 머리를 ‘쾅!’하고 부딪칩니다. 그리고 하는 말, “안 들어가져.” 아이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혔습니다. 가슴이 아파옵니다. 책 속의 아가는 동물 친구들과 너무나 신나게 놀고 있는데,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속상하겠지요.
그 뒤 아이는 이 책을 볼 때면 늘 이 장면에서 “멈춰!”라고 말하곤 했지요. 그리고 한참을 쳐다본 뒤 한숨을 내쉬고 나서는 다시 말합니다. “이제 넘겨도 돼.”
아이의 이런 버릇은 33개월이 되어 다른 아이보다 조금 일찍 유치원에 가면서 사라졌습니다. 친구와 놀이가 그리웠던 아이는 유치원에서 그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겠지요. 아이에겐 따뜻한 엄마의 품만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때때로 이렇게 엄마 품을 벗어나 친구와 노는 재미 역시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아가야 울지마> 오호선 글, 유승하 그림. -길벗어린이/7천원
오진원/오른발왼발 운영자 childwe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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