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4 11:48
수정 : 2005.02.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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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공예/손영학/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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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 집은 설날이 두 번이었다. 그 무렵에는 공무원은 대부분 신정을 쇠었고, 일반 서민들은 구정을 쇠었다. 우리 집은 아버지가 교육공무원이어서 신정을 쇠었다. 그렇지만 이웃 사람들은 대부분 구정을 쇠기 때문에 결국 설을 두 번 쇠는 셈이었다. 구정을 설날로 바꾸어 앞뒤 3일이나 공휴일로 지정한 다음부터는 누구나 구정을 설로 쇠게 되었다. 우리 겨레 최대 명절로 되살아난 것이다. 이렇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현대화 속에서도 끈질기게 이어지면서 새롭게 되살아나는 것들이 있다.
떡, 한과, 차, 한복 같은 조상들이 가꾸어온 문화가 새롭게 되살아나고 있다. 그 중에 만만치 않은 것이 장롱 문화다. 집의 겉모습이 아무리 서구식으로 바뀌어도 그 안을 채우는 가구 가운데 장롱이 차지하는 위치는 굳건하다. 장과 농은 여전히 안방의 주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겨레는 장롱과 같은 나무 공예품을 생활 용품으로 많이 만들어 썼다. 나무로 만든 그런 물건들을 보면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이 책은 우리 조상들이 나무로 만들어 쓰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보여 주고 있다. 그 물건들처럼 이 책도 한 쪽 두 쪽 넘기면서 눈으로 맛보면 소박하고 따스한 느낌이 묻어나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이 가꾸어 온 멋이 느껴진다.
여러 가지 나무 공예품을 찍은 200여 장의 사진은 저학년 아이들도 볼 수 있겠지만 설명한 글을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한테 알맞다. 5, 6학년은 실과나 미술 시간에 전통 공예품 만들기도 하니까 더 관심을 갖고 볼 만하다. 책을 읽은 5학년 아이들이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게 이렇게 많다니 놀랍다. 나무를 아름답게 변신시키는 조상의 지혜에 감탄했다”고 말했듯이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조상들이 가꿔 온 생활 문화의 맛을 느낄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멋이 어떻게 되살아나고 있는지, 어떻게 되살려야 하는지 한 번 쯤 생각해 본다면 더 좋겠다.
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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