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4 12:03
수정 : 2005.02.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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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와룡동 떡·부엌살림박물관을 찾은 엄마와 아이들이 전시된 음식들을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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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100% 즐기려면
박물관 교육에서 가장 좋은 교사는 부모다. 따라서 박믈관 교육의 성공 여부도 부모에게 달려 있다. 6년째 두 딸과 함께 박물관 나들이를 해오고 있는 ‘박물관이야기’ 회장 오현애(43)씨는 “박물관에 대한 부모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말일까? 박물관이야기 회원들한테서 박물관 제대로 보는 방법을 들어 봤다.
박물관은 일회용이 아니다=도서관에 있는 책을 하루에 다 읽으려고 덤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박물관의 전시물은 하루에 다 보겠다고 욕심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두 번 다시는 오지 않기로 작정이나 한듯이 아이를 ‘끌고 다니며’ 모든 전시물에 눈도장을 찍는다. 전시물을 보며 느끼고 상상의 나래를 펼 틈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박물관은 한 번만 가고 마는 곳이 아니다. 주제를 정해 오늘은 한 전시실만 충분히 감상하고 다른 전시실은 다음에 또 와서 봐도 된다는 여유가 필요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민속박물관처럼 큰 박물관은 수십번을 가도 좋다. 이미 본 전시물이라도 보고 또 봐도 된다. 아이들은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전시물을 보는 눈이 높아진다.
부모가 먼저 즐겨라=박물관 나들이는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부모가 먼저 박물관을 즐겨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박물관을 아이의 숙제나 공부를 위해 마지못해 가는 곳이 아니라, 여가 공간으로 여겨야 한다. 책 읽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 먼저 즐겁게 책을 읽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모가 먼저 박물관을 즐기고, 그 즐거운 느낌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같이 놀러가자고 손을 내밀자.
자꾸 가르치려 들지 말자=박물관에 들어서면 으레 아이들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다니며 부모의 장황한 설명을 듣는다. “잘 봐. 저게 빗살무늬토기야. 알았지.” 이렇게 끊임없이 주입하고 확인하려 든다. 그러나 이런 박물관 나들이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 아이들이 박물관 나들이를 또 하나의 지겨운 학습으로 받아들여 박물관과 더 멀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는 조바심 내지 말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고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 줘야 한다. 설명과 공부는 나중에 그 느낌을 갖고 집에 돌아와서 해도 늦지 않다.
책과 함께 하면 즐거움이 두배=어린이 책 중에는 주제가 분명한 책이 많은데, 박물관에 가기 전에 이런 책을 먼저 읽으면 박물관에서 뭘, 어떻게 볼지 주제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떡잔치>를 읽고 떡·부엌살림박물관에 가거나 <얘들아, 공룡발굴하러 가자>를 읽고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가는 식이다. 아이에게 ‘박물관은 즐거운 곳’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 주고 싶은 부모라면 <박물관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박물관은 지겨워>, <박물관에서>, <박물관에 간 가스파르와 리자> 등을 아이와 함께 읽어 봐도 좋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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