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성 이렇게 말해 보세요
자녀 교육은 여전히 엄마의 몫인가? 특히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성교육에 있어서 아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많은 듯한데 이에 적극적인 아빠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학교나 단체 등에서 자녀 성교육 워크숍을 하게 되면 100% 엄마들만 참여한다. 워크숍을 마친 엄마들은 한결같이 아빠가 함께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 보기도 하지만 워크숍에까지 나오는 아빠는 극히 드물다. 물론 주로 아빠들은 직장을 다니므로 참여하기가 어렵겠지만, 웬지 아빠가 자녀와 함께 성에 대한 얘기를 한다는 것을 생소해하거나 어색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이 유난히 음란물도 많이 보는 것 같고, 자위도 심한 것 같아서 아빠가 아들 성교육 좀 하는 게 좋지 않으냐고 했어요. 그런데 아빠는 뭘 그런 걸 다 하냐고, 남자들은 크면서 다 겪고 넘어가는 일이라고 모른채 하고 넘어 가는 게 최고라고 하네요. 그래도 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사회환경도 그렇고 아들 가진 부모도 성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을 시켜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우리 아이 아빠는 딸아이 성교육은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엄마가 해야 한다고 하며 전적으로 나에게 맡겼는데, 남자로서 아빠가 딸에게도 해야 할 내용이 있지 않을까요?”
부녀 단둘이 사는 한부모 가정의 아빠가 성교육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딸아이가 사춘기도 되고 해서 성교육을 시키고 싶은데 도저히 본인이 할 수 없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딸아이 성장에 대한 아빠의 깊은 뜻을 이 딸아이는 알았는지 성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이후 아빠와의 관계에서도 신뢰가 높아졌다고 한다.
그동안 성교육은 주로 여성들 몫이었다. 성을 피해자적 관점에서만 다루다 보니 두드러지게 여성이 피해자로 부각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여성 스스로의 몸부림이었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는 이제 성폭력 예방을 위해 “남성들이여! 섹스를 하게 될 때는 여성의 확실한 ‘yes’ 대답을 들은 뒤에 하라.”는 문구가 담긴 전단을 남자 화장실에 붙이는 등 캠페인을 벌여 나간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그 동안의 가부장적인 성문화가 과연 남성 스스로에게는 행복 했던가?’ 하는 질문을 던지며 생각 뒤집어 보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녀 성교육을 위해 처음으로 부부가 성에 관한 얘기를 해봤다는 부부도 있었는데 성에 관한 한 부부간에 대화가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이 자녀교육을 전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색한 일이다. 부모의 성생활은 알게 모르게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제 아빠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우리 아이가 살아갈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며 자녀 성교육에 동참하면 좋겠다. 쉬는 토요일엔 가족이 함께 성교육 비디오나, 책,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성교육 기관의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명화/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이명화/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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