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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3월 27일 글쓰기 교실

등록 2006-03-26 16:32수정 2006-03-27 16:14

나의 귀와 눈을 어루만지는 ‘200년전 생각’

‘비슷한 것은 가짜다’를 읽고

김민성/울산제일고 2학년

비슷한 것은 가짜다. 당연해 보이는 이 말은 조선 후기 최대의 실학자로 알려진 연암 박지원 선생의 인식론, 예술론, 인생론을 정리한 책 제목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200년 전의 생각이 나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연암은 글에서 참되고 바른 견해는 진실로 옳다 하고 그르다 하는 ‘가운데’ 있다고 말했다.(낭환집 서문) 그는 우리가 익히 아는 황희와 임제 이야기, 중국의 장자의 글을 빌려 우리를 자신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그는 ‘글이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일 뿐이다.’(공작관문고 서문)라고 역설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베끼고 남의 글을 훔치는 모습이 난무하는 세상에 그의 말은 신선하게 들린다.

우리 사회는 여느 때보다 보수와 진보, 지역간 갈등으로 얼룩져 있다. 서로 자기편만 옳다고 하지 다른 편에 대한 관용은 없다. 바로 중간이 없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 중도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중도라고 일컬어질 만한 사람은 없고 다들 한쪽으로 치우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연암은 어떤 말로 우리에게 따끔한 충고를 줄까? 연암은 ‘법고창신’이란 말을 던져 준다. 옛것을 숭상하면서도 그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응용해서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게 바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내용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옛것을 그대로 따라야 된다며 보수로 하자, 무조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자며 진보로 하자, 나는 모르겠네 하며 중도로 하자, 제각각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옛날의 좋은 점을 본받고 오늘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가 조화롭게 섞인다면 참되고 바른 견해로 우리 사회를 이끌 것이고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나는 200년 전에 이미 논술 방법론이 나왔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연암은 ‘소단적치인’(騷壇赤幟引)에서 글쓰기와 병법을 연관 지으며 글쓰기의 참된 방법을 말하고 있다. 모두 열두 가지의 방법이 나오는데, 그 중 나에게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부분은 ‘무엇을 쓸 것인지 가늠도 없이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는 결코 좋은 글을 쓸 수가 없다.’라는 말과 ‘글을 쓸 때 혹 독자들이 못 알아들을까 봐 시도 때도 없이 중언부언 주제를 되풀이해 말하는 것은 좋은 글쓰기의 태도가 아니다.’였다. 여기서도 연암은 반복한다. 바로 ‘법고창신’이다. 새것을 쓰고 싶거든 옛것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의 차이가 빚어내는 미묘한 변화의 ‘결’을 읽어 가장 적절한 ‘새 길’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온갖 모순투성이인 세상, 우리도 적절한 ‘새 길’을 찾아보자!

벗에 대한 박지원의 이야기도 재미있다. 옛날 사람들은 벗을 두고 ‘두 번째의 나’(第二吾)라고 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제2의 나’가 있었을까 떠올려 보았다.

연암은 200여년 전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말한 내용은 200년이 넘은 오늘에도 생생하게 우리의 눈과 귀를 어루만진다. ‘중언부언’이지만 ‘법고창신’, 연암의 글을 읽고 실천해야 할 우리의 자세이다.


[평] 오늘의 나를 새롭게 하는 고전…독서의 의미 되새기게 해

고전을 현실과 접목시켜 해석, 독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

책은 왜 읽는가. 더구나 고전은 왜 읽는가. 아무리 오래됐을지라도 고전은 오늘의 나를 새롭게 한다. 고전을 그 당시의 시대적 환경 속에서 이해하고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응용하는 힘, 그 힘을 기르는 것은 독서의 중요한 목적이다.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글이다. ?6S고용우/울산제일고 교사, 울산국어교사모임 koyong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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