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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다르다고? 종이 한장 차이

등록 2006-03-26 16:37수정 2006-03-27 16:14

이번주부터 청소년을 위한 책을 한 권씩 골라 소개하는 ‘1318 책세상’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현직 학교 도서관 담당 교사들과 학교 밖 청소년 책 전문가들이 번갈아가며 청소년들을 아름다운 책세상으로 안내합니다.

1318 책세상 / 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 이 작품은,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마르슬랭 까이유와 아무 때나 재채기를 해대는 르네 라토의 우정을 그린 짤막한 소설이다. 상뻬는 소설가로서보다는 삽화가로 더 먼저 알려진 사람이다. 1990년대 초,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글을 쓰고 장 자끄 상뻬가 삽화를 그린 <좀머씨 이야기>는 ‘선물해 주고 싶은 책’ 1위에 연속해서 오를 정도로 이름을 날렸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 역시 글보다 삽화가 먼저 눈에 띄는, 예쁘고 깜찍한 책이다. 글을 읽지 않고 삽화만 봐도 참 재밌다. 그러나 각 장마다 한두 줄씩 씌어 있는 문장들과 삽화에 끼어 있는 짤막한 글귀들을 읽어 나가다 보면, 그의 재치와 익살에 웃음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언 땅에 쏟아지는 봄햇살 같은 그의 따뜻한 시선에 가슴이 떨려온다.

시도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가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친구들이 무심코 내뱉는 “왜 너는 얼굴이 빨개?”라는 한 마디 말에도 쉽게 상처를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마르슬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는 친구들의 놀림 때문에 외톨이가 됐다. 그러나 마르슬랭이 보통 아이들과 다른 점은 외톨이로 지내는 것을 그다지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왜 나는 얼굴이 빨개지는 걸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에 불행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아무 때나 재채기를 해대는 르네 라토를 만나고부터는 라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을 때도, 함께 달리기를 할 때도, 그냥 서로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행복했기 때문에 불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작품에는 어떤 꾸지람도 훈계도 없다.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마르슬랭과 르네 역시 자신의 신체적 결함에 대해 그다지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외톨이로 지내게 됐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단지 왜 그런지 몹시 ‘궁금할 뿐’이다.

어떤 문화적 풍토가 마련돼야 이만한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약자, 장애우, 소외된 이웃 등을 다룬 작품을 읽을 때면 늘상 야단맞는 느낌, 내가 그들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먼저 그들을 이해하고 도와줘야만 한다는 우월감 섞인 반성을 해야만 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주 다르다. 아무런 원망도 질책도 없다. 아니, 외톨이가 됐을 때조차 ‘궁금증’으로 머리가 복잡한 마르슬랭이 오히려 놀랍고 부럽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다 재채기가 나오면 ‘에취!’ 한 뒤에 천연덕스럽게 연주를 계속하는 르네 라토가 너무 재밌고 예쁘다.

6년 전 처음으로 이 책을 발견했던 이후로,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학교 아이들과는 이 책을 함께 읽고 줄거리 쓰고 10줄 감상 쓰기, 패러디 작품 쓰기, 연극 공연하기 등의 독후활동도 한다. 특히 새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학급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자신의 콤플렉스 털어놓기’를 하면 아이들의 고민을 좀더 쉽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좋다.


백화현/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서울 관악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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