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주 박사가 문장퍼즐 놀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홍현주의 엄마표 영어 / ‘문장퍼즐’ 놀이로 긴 문장도 뚝딱
이번주부터 ‘홍현주 박사의 엄마표 영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영어교육 전문가인 홍현주 박사가 자녀 영어공부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부모들에게 집에서 자녀와 함께 해볼 수 있는 영어공부법을 소개합니다. 서현주 쑥쑥닷컴 대표가 맡고 있는 ‘톡톡 스크린영어’와 격주로 실리게 됩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꼬마들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최상의 방법 : 골프채를 키에 맞게 잘라 준 뒤 제멋대로 공을 굴려 홀컵에 넣게 한다. 공 들어가는 재미를 알아야 공굴리기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골프야 원하는 사람만 치면 되고 관두어도 그만이지만 영어는 싫어할 수도, 관둘 수도 없는 것이니 문제는 다르다.
그래도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재미를 알게 한다는 것. 문제는 영어를 어떻게 재미있게 하냐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 백이면 백, 어린이에게 영어를 재미있게 해주란다. 알고 보면 ‘재미’도 전문용어다. 단어도 외워야 하고 토익도 900점을 맞아야 하는데 어떻게 재미있게 시킨단 말인가...
다행히 나는 영어업종(?)에서 20여년 동안 일하면서 특이한 공부법을 많이 모았다. 미국 교사에게서, 박사과정 공부를 통해, 혹은 조기유학 전문가로 얻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꾀를 내어 고안했다. 나는 이 보따리를 풀어 놓으려 한다. 자녀의 영어 때문에 마음 무거운 부모들에게 말이다.
제일 먼저 센텐스 퍼즐(문장 퍼즐)을 소개한다. 미국 초등학교에서 3년 동안 이에스엘(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과목)을 가르치면서 가장 애용했던 조각 문장 맞추기이다. 저학년에게 주로 활용하지만 관계대명사가 들어있는 긴 문장에도 효과적이라 고학년에게도 좋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사진 1 참조)
이 문장 퍼즐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더욱 좋다. 공부가 아니라 놀이 같기 때문에 평소에는 10분도 힘겨운 아이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를 한다. 문장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말하기 때문에 두되에 다양한 자극을 주는 그야말로 다중감각 활용법이다.
이렇게 퍼즐 놀이를 해서 문장을 잘 구사하면 단어를 한 두 개만 보여주고 그림을 설명하게 해보자.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은 “Poppleton”이라는 동화인데, 주인공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다 읽고 사서에게 인사를 한 뒤 짐을 싸는 장면이다. 그림 밑에 단어 조각 몇 개만 놓으면 아이는 이를 활용해 전 문장을 떠올리게 된다. 이 때 반드시 외운 문장과 같지 않아도 된다. 영어로 그림을 묘사해 보려는 활동 자체가 중요하다.(사진2 참조)
조각 문장 맞추기를 다르게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조각 한두 개를 빼놓고 문장을 맞춰보게 한 뒤 What is missing?(무엇이 빠졌나?) 게임을 해보자. 이 때 어휘 보다는 -ing, -s 등 어미, 혹은 부정사 표시인 to, 전치사 그리고 잊기 쉬운 관사 the, a를 숨기는 것이 요령이다. 자연스럽게 문법을 공부하는 계기가 된다. 마침표를 비롯한 문장 부호를 찾는 훈련을 해도 좋다.
이 방법을 여기저기에 소개했더니 반응이 참 좋다. 자녀로 하여금 영어에 흥미를 붙이게 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란다. 공부한 문장 수가 늘수록 봉투가 많이 필요해서 동네 은행의 봉투를 집어다 썼다는 둥, 아이가 너무 재미있다며 책마다 가위질을 한다는 둥, 부작용도 귀에 들려온다.
이참에 밀린 학습지를 아예 가위질해 써보자. 뒷면이 잘려 나가겠지만 쌓아 놓고 애만 태우느니 한 문장이라도 줄줄 말하고 쓰도록 이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홍현주/경성대 영문과 초빙교수, <부모를 위한 초등6년 영어 관리법> 저자
<사진 1> 문장퍼즐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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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단어조각 몇개로 그림 묘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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