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식·주관식 귀신편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고르면?”은 이른바 ‘객관식’ 문제이고, “빈칸에 들어갈 단어는?”는 이른바 ‘주관식’ 문제이다. 몇가지 중 고르는 것은 객관적이고, 고르지 않고 쓰는 것은 주관적인가? 그렇다면 몇가지 중 고르는 것은 평가의 객관성이 있는 것이고, 고르지 않고 쓰는 것은 평가의 객관성이 없는 것인가?
이름은 개념의 본질을 대표하는 기호이다. 만약 이름을 잘못 사용하면 본질이 뒤바뀔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 붙이는 것은 신중해야 하고, 잘못 붙인 이름은 빨리 고쳐야 한다. 국민학교란 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객관식’, ‘주관식’이란 말도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객관식·주관식 귀신은 학교를 맴돌며, 객관식만 객관적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객관식은 ‘선택형’, 주관식은 ‘서술·논술형’이라는 말로 바꾸어 사용해야 하고, 빨리 좋은 새 말을 만들어 객관식·주관식 귀신을 학교 밖으로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
중간·기말고사 귀신편
교육부 훈령과 교육청 지침상,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가 있는데, 수행평가만 할 수도 있으나, 보통 각각 한 학기에 1회 이상 정기고사로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기고사란 말을 이른바 일제고사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럿이 한꺼번에 똑같은 문제를 풀게해서 줄을 세우는 일제고사는 수능과 모의고사만으로도 족하다. 아니 넘친다. 전국 단위로, 시도단위로, 학교 단위로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일제고사를 치르던 인습이 남아 아직도 중간·기말고사 귀신이 학교에 붙어 있다. 그리고 자신만이 객관적이라고 음습한 혀를 놀리고 있다.
그러나 중간·기말고사는 객관적이지 않다. 백보양보하여 객관적이더라도 부작용이 더 크다. 중간·기말고사 귀신은 벼락치기 귀신과 친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50%가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한미FTA협상이 벼락치기로 진행되는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이것이 모두 중간·기말고사 귀신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학교든 학원이든 왜 족집게 선생이 학생들의 존경을 받겠는가? 왜 학생들이 휴대전화로 부정행위를 하겠는가? 이것들이 가능한 것은 모두 중간·기말고사 귀신 때문이다. 이 나라와 이 겨레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빨리 학교에 가서 저 놈의 중간·기말고사 귀신을 쫓는 푸닥거리를 해야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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