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현장 교사-학생 마찰
온라인선 서명운동 활발
거리집회 계획도 잇따라
온라인선 서명운동 활발
거리집회 계획도 잇따라
19일 점심시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깜짝 시위’를 했다. 3학년 학생 200여명이 정보관 앞에 모여 ‘두발 규제 완화’‘자유화’‘체벌 금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교사 4~5명이 나와 학생들을 말려 시위는 15분 만에 끝났다. 학교 쪽은 다음주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시위를 계획하거나 앞장 선 학생 7명을 징계할 예정이다.
시위에 참여한 ㅇ(14)군은 “머리가 길어서 단속이 되면 선생님들로부터 심하게 맞아서 불만이 많았다. 사전에 계획한 건 아니고 아침에 몇몇 친구들이 제안해서 시위를 했다. 다른 학교보다는 덜 한 편이지만, 머리를 규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감은 “건의함이나 학생회를 통해 의견을 내지 않고, 집단행동을 한 것은 잘못”이라며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에서 주동 학생들을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남구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민지(15.가명)양은 지난달 친구들이 지켜보는 데서 학생부 교사로부터 가위로 머리카락을 보기흉하게 잘렸다. 교사가 어깨에 닿을 만큼 기른 머리를 자르라고 몇 차례 ‘경고’ 했는데 자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민지의 아버지는 “머리 모양까지 학교에서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 학교 교감은 “학교에서 머리 단속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새 학기들면서 머리 모양을 규제하려는 학교 쪽과 자유롭게 기르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마찰로 학교 현장이 들끊고 있다. 각 지역교육청과 청소년 인권단체 홈페이지에는 학교의 머리 모양 단속에 불만을 터뜨리는 학생들의 글이 무더기로 올라오고, ‘두발 자유화’ 서명운동이 활발하다. 인터넷에는 학교 안에서 ‘머리 모양 자유화 운동’을 펼치는 요령까지 안내돼 있다. ‘머리 모양의 자유’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은 학교 현장과 온라인에서 거리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청소년인권활동가 네트워크는 22일 서울 명동에서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발의한 ‘청소년 인권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또 다음달 14일 서울에서 ‘머리모양 자유화’를 요구하는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교육부는 ‘머리 모양은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한 발 물러나 있다. 교육부 초중등정책과 관계자는 “머리 모양과 옷차림은 단위 학교에서 학부모·학생·교사가 의논해서 자유롭게 결정해야지 정부에서 획일적인 기준을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단속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의 머리를 자르는 등 폭력을 쓰거나 인권을 침해할 경우 교육부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엄격하게 조처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교육부장관과 시·도 교육감에게 “머리모양의 자유는 학생의 기본권이기 때문에 머리모양 제약은 최소 범위 안에서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박주희 최현준 기자 hope@hani.co.kr
박주희 최현준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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