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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한지로 꾸미는 차별없는 세상

등록 2006-04-23 16:33수정 2006-04-24 14:05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파견한 한지공예 전문가가 매주 한 차례 서울 남부사회복지관을 찾아 장애아동들에게 한지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한지공예는 지체장애아동들의 소근육 발달과 정서 안정, 재활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 남부사회복지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파견한 한지공예 전문가가 매주 한 차례 서울 남부사회복지관을 찾아 장애아동들에게 한지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한지공예는 지체장애아동들의 소근육 발달과 정서 안정, 재활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 남부사회복지관 제공
‘장애인 현장민속교실’
국립민속박물관 3년째 운영
손놀림 자유롭지 못하지만,
정서 안정·자신감 도움
“일주일 내내 선생님 기다려요”

시흥사회복지관에서는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한지공예 만들기 강좌가 열린다. 수강생은 정신지체 및 발달장애 장애인 14명. 이들은 한지를 이용해 휴지 상자와 과자 상자를 만든다. 비장애인들이 보기엔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무척 소중한 시간. 두꺼운 종이를 오리고 구부리고 오색 색종이를 붙이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회복지사 김가화씨는 “일주일에 1번 3시간 정도 강좌가 열리는데, 아이들은 일주일 내내 이 시간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장애아들은 여가를 어떻게 즐길까? 장애아들에게 문화 체험은 어떤 것일까?

안타깝게도 장애아들에게 여가나 문화는 여전히 먼나라 얘기다. 올해부터는 한달에 두번씩 쉬는 토요일이 있어 보통 아이들은 박물관, 미술관, 전시회 등 각종 행사를 찾거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쫓아 다니지만 장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민속박물관(nfm.go.kr)이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장애인 현장민속교실’이 눈길을 끈다. 이 프로그램은 박물관의 전문 강사가 15주 동안 색지 휴지함, 한지 과반, 태극 상자 등 전통 공예품을 만드는 법을 직접 가르친다. 올해는 실로암 사회복지관, 성인정신지체장애인 주간보호센터, 강북사회복지관, 남부사회복지관, 시흥사회복지관 등 5곳에서 민속교실을 열고 있다.

지체장애아들이 상자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지공예는 아주 꼼꼼한 작업이기 때문에 소근육 발달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이들은 손놀림이 자유롭지 못하고 스스로 모양을 만들어 내는 데 힘들어 한다. 처음엔 본드를 짜는 것도 힘들어해서 강의는 최대한 느리고 상세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일단 한번 작품을 만들고 나면 아이들은 자신감을 갖는다. 서울 남부사회복지관에서 장애아들에게 한지공예를 가르치고 있는 윤순심 강사는 “될 때까지 하는 인내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자기 손으로 완성을 하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서적 안정에도 큰 몫을 한다. 서울 충현복지관 정애인 직업재활사는 “내성적이던 아이들이 자신을 더 많이 표현하게 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을 조금씩 안정시켜 나간다”고 말했다. 강북장애인복지관 김유정 사회복지사도 “처음에는 저걸 우리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나중에는 한지공예 선생님이 언제 오시냐고 일주일을 기다리면서 자신있게 풀칠을 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며 “꾸준히 수업을 듣게 되면 저희 장애아들의 손기능 향상과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줘 재활에 큰 몫을 할 것”이라고 했다.

민속박물관은 프로그램을 수강한 정신지체 장애아들이 자신들이 배운 한지공예 만들기 실력을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알려줄 수 있도록 강사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판로를 개척해 직업교육으로도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충현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인들이 만든 한지공예품을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민속박물관 정현미 학예연구사는 “한지공예품 만들기는 여가 선용, 체험학습, 재활 교육 등 여러 측면에서 장애아들에게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장애아 가정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민속박물관은 현장 민속교실과 함께 청각 장애아, 지체 부자유 장애아들이 박물관에 와서 민속문화체험을 해볼 수 있는 ‘우리 둘이 박물관 나들이’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장애아들이 속한 복지관을 통해서 신청을 받으며, 탈 만들기, 사자탈춤·풍물·택견 배우기 등 다양한 민속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02)3704-3126.

한지로 꾸미는 차별없는 세상
한지로 꾸미는 차별없는 세상
한편, 경기도에서는 공연장의 여러 가지 편의시설 부족과 이동의 불편함, 경비부담 등으로 인해 문화생활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던 장애인들의 욕구를 해소하고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장애인 문화체험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갖가지 공연들과 스포츠를 보고 싶을 때 경기도장애인복지시설협회(031-256-6073)나 경기도장애인복지관(031-296-8755)으로 신청하면 표를 보내준다. 경기도는 문화체험 예산으로 4천만원으로 배정해놓고 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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