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로 키우는 논술 내공
세종대왕은 “제 뜻을 시려 펴지 못하는 어린 백성들”을 위해서 훈민정음을 만들었단다. 그럼에도 우리 중에는 제 뜻한 바를 쉽게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억장이 무너지는데도, 나의 말은 타는 심정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다. 이야기를 듣는 이들도 영 모르겠다는 표정들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쉬운 우리말로도 내가 뜻한 바를 전할 수 없다니, 도대체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이런 아픔이 있는 사람들에게 논리학은 큰 도움이 된다. 논리는 내 뜻한 바를 속 시원하게 펼칠 수 있게 해줄 뿐더러, 자기 생각을 제대로 펴지 못해 냉가슴을 앓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줄 수도 있다. 무술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본 품세부터 확실하게 익혀야 한다. 제대로 몸에 밴 품세는 실전에서도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동작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논리도 마찬가지다. 다음의 논리품세, 즉 “논리의 기본 동작”을 꾸준히 익혀 보자. 그러다보면 그대는 어느덧 ‘논리의 고수’가 되어 있을 것이다.
논리 품세
1. 결론이 무엇인가?
2. 근거(이유)가 있는가?
3. 근거(이유)가 정당한가?
4. 근거(이유)가 충분한가?
5. 결론과 근거(이유)를 현실에 적용할 때 문제는 없는가?
이제 논리품세 단계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혹시 끝 모를 횡설수설로 남들의 눈총을 받곤 하는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내가 주장하려는 바의 결론부터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라. 그런 다음 주장의 근거들을 “왜냐하면, 첫째,..... 둘째,.....” 이런 식으로 순번을 매겨 죽 나열하자. 이것만으로도 갈팡질팡하던 생각들이 정돈됨을 느낄 수 있을 터다. 장광설을 들을 때나 한없이 늘어지는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결론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가늠해 보자. 결론을 파악하고 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결론이 무엇인지를 집어내었다면 이제 그 근거들을 검토할 차례다. 우리에게는 모두 합당한 근거나 이유를 찾으려 하는 ‘논리본능’이 있다. 예컨대, 선생님께 “저 오늘 조퇴를 했으면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면, 이 때 선생님의 첫 마디는 무엇이겠는가? 아마도 “왜?”일 것이다. 주장의 정당한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논리본능이 작동한 결과다. 만약 이 물음에 대해 “그냥요.”라고 답했다면 어떻게 될까? 조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주장을 하려면 여기에 합당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논리학자들은 ‘입증책임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주장과 근거가 모두 있음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근거가 설득력이 있는지를 검토할 차례다. 무엇보다 근거는 사실이어야 한다. 상상이나 거짓말에 기대어 한 주장은 아무리 그럴싸하게 들려도 허튼 소리일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논문도, 근거로 제시된 자료가 허위로 조작된 것이라면 엄하게 처벌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거짓에서는 거짓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아가 근거는 진실일뿐더러 납득할 만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한 근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몸이 아프다.’와 ‘게임이 너무 하고 싶다.’ 중 어느 쪽이 조퇴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또한, 근거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은 영문학과를 지원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영문학도가 갖추어야 할 필수소양에는 문학과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도 있다. 이처럼, 정당할 뿐더러 충분한 근거가 제시될 수 있을 때 주장은 제대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실 적용의 문제도 놓쳐서는 안 된다. 논리의 고수들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신중함을 잃지 않는다. 결론이 분명한데다가 정당하고 충분한 근거가 있는 주장일지라도 2% 부족할 때가 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주장이 현실에 적용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짚어 보는 습관을 꼭 갖도록 하자. 이상론(理想論)의 해악은 비논리나 억지보다 훨씬 무섭다. 이 점만 잊지 않는다면, 논리품세로 다져진 논리 감각은 삶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광복/서울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1. 결론이 무엇인가?
2. 근거(이유)가 있는가?
3. 근거(이유)가 정당한가?
4. 근거(이유)가 충분한가?
5. 결론과 근거(이유)를 현실에 적용할 때 문제는 없는가?
이제 논리품세 단계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혹시 끝 모를 횡설수설로 남들의 눈총을 받곤 하는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내가 주장하려는 바의 결론부터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라. 그런 다음 주장의 근거들을 “왜냐하면, 첫째,..... 둘째,.....” 이런 식으로 순번을 매겨 죽 나열하자. 이것만으로도 갈팡질팡하던 생각들이 정돈됨을 느낄 수 있을 터다. 장광설을 들을 때나 한없이 늘어지는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결론이 무엇인지부터 먼저 가늠해 보자. 결론을 파악하고 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쉽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결론이 무엇인지를 집어내었다면 이제 그 근거들을 검토할 차례다. 우리에게는 모두 합당한 근거나 이유를 찾으려 하는 ‘논리본능’이 있다. 예컨대, 선생님께 “저 오늘 조퇴를 했으면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면, 이 때 선생님의 첫 마디는 무엇이겠는가? 아마도 “왜?”일 것이다. 주장의 정당한 근거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논리본능이 작동한 결과다. 만약 이 물음에 대해 “그냥요.”라고 답했다면 어떻게 될까? 조퇴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주장을 하려면 여기에 합당한 이유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를 논리학자들은 ‘입증책임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주장과 근거가 모두 있음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근거가 설득력이 있는지를 검토할 차례다. 무엇보다 근거는 사실이어야 한다. 상상이나 거짓말에 기대어 한 주장은 아무리 그럴싸하게 들려도 허튼 소리일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논문도, 근거로 제시된 자료가 허위로 조작된 것이라면 엄하게 처벌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거짓에서는 거짓 밖에 나오지 않는다. 나아가 근거는 진실일뿐더러 납득할 만해야 한다. 그래야 ‘정당한 근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몸이 아프다.’와 ‘게임이 너무 하고 싶다.’ 중 어느 쪽이 조퇴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또한, 근거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해야 한다.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은 영문학과를 지원하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영문학도가 갖추어야 할 필수소양에는 문학과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도 있다. 이처럼, 정당할 뿐더러 충분한 근거가 제시될 수 있을 때 주장은 제대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실 적용의 문제도 놓쳐서는 안 된다. 논리의 고수들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신중함을 잃지 않는다. 결론이 분명한데다가 정당하고 충분한 근거가 있는 주장일지라도 2% 부족할 때가 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주장이 현실에 적용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문제점들을 짚어 보는 습관을 꼭 갖도록 하자. 이상론(理想論)의 해악은 비논리나 억지보다 훨씬 무섭다. 이 점만 잊지 않는다면, 논리품세로 다져진 논리 감각은 삶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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