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읽기 깊이 보기 / 너하고 안놀아
주인공 노마나 영이나 기동이, 똘똘이를 한 번 봐보세요. 늘상 우리 둘레에 있는 친숙한 동무들이지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은 온 몸으로 땀 흘리면서 노는 건강한 아이들의 세계가 그냥 그림처럼 쫘~악 펼쳐집니다. 바람하고 놀 때는 바람이 되고(<바람하고>), 도둑고양이가 되어서 도둑고양이마냥 북어를 훔쳐 내와서 북북 찢어서 나눠 먹고(<고양이>), 돼지처럼 입을 넙죽거리면서 따라다녀 보기도 하고(<과자>), 귀뚜라미, 강아지와 친해져야지(<귀뚜라미> <강아지>) 몸도 마음도 바로 그들이 될 수 있겠지요.
아이들은 같이 놀이를 준비하고 그 속에서 놀면서 상상의 세계로 완전히 빠져 들어가 진짜마냥 흠뻑 즐기는 거죠. 아이들의 생각은 곧 상상의 세계이거든요. 아이들에게 놀이의 세계는 너무나 절실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건강하게 노는 아이 마음을 지킬 수 있게 해 줘요. 또 시와 노래 같은 문장, 온 몸으로 놀아보지 않고는 도저히 붙잡을 수 없는 생생한 말맛이 펄펄 살아 있어요. 이런 언어의 힘, 언어 속에서 느끼는 감동, 이 책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겠지요. 의심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 얻고 싶은 것을 간절히 바랄 때, 잘 놀다가 토라졌을 때, 자기 처지를 알아줄 때, 성날 때, 남 흉볼 때, 호기를 부릴 때, 바짝바짝 동무 약올릴 때, 진짜 용기가 필요할 때, 탕탕 으를 때, 할까 말까 망설일 때…. 이렇게 ‘딱’ 맞아 떨어지는 말맛은 원래 아이들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말이에요. 살아 있는 말이니까 감정과 몸의 감각이 실려 있어서 이야기를 소리 내서 합창으로 읽으면 몸이 들썩들썩 움직여지고 재미와 즐거움은 두 배가 되지요.
“우리도 놀아요.” 처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공부방 아이들 (초등 2학년 여섯 명)이 한 말이에요. 그렇게 아이들이랑 한 두 달을 놀다 보니까 책 속에 나오는 놀이를 자연스럽게 되살려 내는 거예요. ‘새끼전차’ 놀이를 좁은 골목에서 할 때입니다. 한 손은 앞으로 또 다른 손은 뒤로 해서 다른 동무들하고 손에 손을 잡았습니다. 두 세 명의 아이들은 앞으로 달려가서 군데군데 서서 기다립니다. 새끼 전차는 “냉냉냉 냉냉냉” 소리소리 지르면서 떠나갑니다. 새끼전차를 타고 싶어서 기다리던 아이들은 호주머니 속에서 무어라도 꺼내놓고 모래 돈이라고 내밀면서 올라탑니다. 그 뒤로도 네 달 정도 책이야기와 놀이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너하고 안 놀아> 원종찬 지음. 창비/6000원.
이숙양/공부방 활동가 animato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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