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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방에서 책만 읽니? 우린 그림 감상하고 공연도 본다

등록 2006-06-04 19:13수정 2006-06-05 17:22

파주 출판단지나 헤이리 도심 대형서점과 색다른
까페같은 아늑한 분위기 책도 싸게 살수 있어

유럽에 가면 산속에 있는 서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차를 타고 30분~1시간씩 가야 하는 먼 거리이지만 독자들은 이런 책방들을 선호한다. 카페 같은 아늑한 분위기에서 조용하게 책을 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로부터 책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서점하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을 떠올리지만 갈 때마다 번잡하고 시끄러워 정신이 혼미해져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화공간보다는 시장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출판사들이 밀집한 파주출판단지와 예술인 마을로 조성된 파주 헤이리 등을 중심으로 문화공간 기능을 강조하는 책방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이런 서점에선 책을 싼 값에 살 수도 있다.

파주출판단지 이석교 옆에 있는 김영사 건물에는 최근 행복한 마음이라는 책방이 문을 열었다. 250평 규모의 대형 공간에 산뜻한 모양의 책장들이 중간 중간 배치돼 있다. 그리고 창가쪽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며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곳이 서점인가 의심이 될 정도다.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것 말고도 이 책방에는 책과 친숙해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책 만드는 과정을 보고 체험해볼 수 있고, 책 내용과 관련된 퍼즐을 맞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엔 독서경진대회, 독서퀴즈대회, 과학체험 등의 행사가 열린다. 같은 시간 부모들은 자녀교육 특강을 들을 수 있다. 아니면 3층 세미나실을 빌려 부모들끼리 모임을 열 수도 있다(031-955-3155로 예약). 4층에선 부정기적으로 연극도 상연한다. 책을 싸게 사는 것은 덤. 김영사에서 나온 모든 재고 도서와 반품 도서 1만여종을 30~50% 깍아 판다. 일종의 북아울렛 기능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책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사 김현주(34) 팀장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찾아와서 책 보고 체험하고 강의 듣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마음의 휴식공간이자 지적 성숙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문화예술마을인 헤이리의 중간에 자리잡은 한길사 북하우스(heyribookhouse.co.kr) 역시 책방보다는 도서관에 가깝다. 위에서 보면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보면 서가 형태로 돼있어 외관부터 독특한 북하우스는 들어가보면 다시 한번 놀란다. 계단이 없이 매끈한 경사길이 지그재그로 만들어져 있고 기둥이 거대한 책꽂이를 대신하고 있어, 마치 펼쳐놓은 책 속으로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독자들은 경사길 중간중간 서서 책을 꺼내 읽으며 색다른 공간감과 함께 책나라에 온 유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곳에 비치된 책은 한길사 책을 비롯해 3만여권. 2층에 아동·청소년 코너에선 1만3천여권의 책을 만날 수 있다.

① 김영사 북아울렛 ‘행복한 마음’ 내부 모습. ② 북하우스 서가 모습. ③ 초방 외부 모습. ④ 동화나라 지하에서 열리고 있는 종이인형과 미니어처 전시전.
① 김영사 북아울렛 ‘행복한 마음’ 내부 모습. ② 북하우스 서가 모습. ③ 초방 외부 모습. ④ 동화나라 지하에서 열리고 있는 종이인형과 미니어처 전시전.
북하우스의 별칭은 ‘토탈 아트 스페이스’(total art space). 별칭답게 이 곳엔 책방 외에도 갤러리, 연주·공연장, 레스토랑, 카페가 모두 들어서 있다. 책을 읽다 눈이 피곤하면 서가 곳곳에 걸린 명화들을 보며 피로를 풀 수 있고, 주말엔 200석 규모의 지하공연장에서 열리는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며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다. 1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포레스타는 파스타, 킹크랩 요리로 유명하다.

‘행복한 마음’과 ‘북하우스’가 여유로운 독서를 강조한다면 어린이책 전문서점 동화나라는 책과 관련된 체험이 주를 이루는 곳이다. 북하우스 뒷편 산너머에 있는 이 곳은 1층에서는 어린이책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하에서는 그림책 원화전시회와 인형극 공연 등 교육과 재미를 겸한 문화행사를 수시로 연다. 현재는 ‘그림없는 그림책 - 종이인형과 미니어처 전시전’을 열고 있다. <한스 코는 꼬챙이 코>의 주인공 한스와 <지각대장 존>의 존을 닥종이 인형으로 만나볼 수 있고, <알프스 소녀 하이디> <엠마> <사랑에 빠진 거인>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의 장면을 미니어처로 꾸며놓고 있다.


지난달 파주출판단지에 문을 연 문화공간형 책방 ‘행복한 마음’에서 한 아주머니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동물 사진집 <아프리카 여정>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지난달 파주출판단지에 문을 연 문화공간형 책방 ‘행복한 마음’에서 한 아주머니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동물 사진집 <아프리카 여정>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아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교실’ 프로그램은 독후 활동이 독특하다. 책에서 영감을 받은 것을 토대로 때론 영화로 때론 음악으로 재구성한다. 작품 내용으로 보드게임판을 만들어 놀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여유와 즐거움이 묻어나는 책방은 서울 안에도 있다. 이화여대 후문쪽에 있는 초방은 40평 규모로 공간은 좁지만, 안에는 7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어 책을 읽는 데 불편함이 없다. 벽쪽 책장엔 이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신경숙-정상진 부부가 나름대로 고른 한국을 대표하는 어린이책 2천여권이 빼곡히 꽂혀 있다. 특히 이 곳엔 예비작가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책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거나 상담을 해준다. 따라서 어떤 책을 고를까, 어떻게 책을 읽힐까 등을 고민하는 부모와 아이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과 관련한 잔잔한 이벤트도 계속해서 마련된다. 지난달에는 <수호의 하얀 말> <알토> <우산> <100만번 산 고양이>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모아놓은 ‘내 사랑하는 그림책전’을 열었고, 현재는 ‘빨간 머리 앤 기획전’을 마련해 여러 형태로 나온 <빨간 머리 앤> 책들을 전시하고,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있다.

초방은 서점이면서도 출판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시로 드나드는 작가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출판사 기획회의 과정을 엿볼 수도 있다.

● 독서 문화공간으로서의 책방 확산될까?

현재 책 판매의 상당 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진다. 오프라인 서점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동네 서점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서점의 변신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도서관식 서점, 갤러리형 서점, 뮤지엄 서점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초방 신경숙 사장은 “앞으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데 머물러서는 안되고 상담, 좋은 책 추천, 독후활동 프로그램 등 책과 관련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네 도서관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서점들의 활로로 얘기되고 있다. 더불어 전문서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전문성을 강조하거나, 전문가 수준의 직원을 고용해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동화사랑 김향선(39) 대표는 “독서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지만 마땅하게 책을 읽거나 조언을 들을 곳이 별로 없다”며 “독자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서점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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