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단지나 헤이리 도심 대형서점과 색다른
까페같은 아늑한 분위기 책도 싸게 살수 있어
까페같은 아늑한 분위기 책도 싸게 살수 있어
유럽에 가면 산속에 있는 서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차를 타고 30분~1시간씩 가야 하는 먼 거리이지만 독자들은 이런 책방들을 선호한다. 카페 같은 아늑한 분위기에서 조용하게 책을 보며 생각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들로부터 책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강의를 들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서점하면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을 떠올리지만 갈 때마다 번잡하고 시끄러워 정신이 혼미해져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화공간보다는 시장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한 탓이다. 이런 가운데 출판사들이 밀집한 파주출판단지와 예술인 마을로 조성된 파주 헤이리 등을 중심으로 문화공간 기능을 강조하는 책방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게다가 이런 서점에선 책을 싼 값에 살 수도 있다. 파주출판단지 이석교 옆에 있는 김영사 건물에는 최근 행복한 마음이라는 책방이 문을 열었다. 250평 규모의 대형 공간에 산뜻한 모양의 책장들이 중간 중간 배치돼 있다. 그리고 창가쪽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느끼며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곳이 서점인가 의심이 될 정도다.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것 말고도 이 책방에는 책과 친숙해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책 만드는 과정을 보고 체험해볼 수 있고, 책 내용과 관련된 퍼즐을 맞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엔 독서경진대회, 독서퀴즈대회, 과학체험 등의 행사가 열린다. 같은 시간 부모들은 자녀교육 특강을 들을 수 있다. 아니면 3층 세미나실을 빌려 부모들끼리 모임을 열 수도 있다(031-955-3155로 예약). 4층에선 부정기적으로 연극도 상연한다. 책을 싸게 사는 것은 덤. 김영사에서 나온 모든 재고 도서와 반품 도서 1만여종을 30~50% 깍아 판다. 일종의 북아울렛 기능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책방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사 김현주(34) 팀장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찾아와서 책 보고 체험하고 강의 듣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마음의 휴식공간이자 지적 성숙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문화예술마을인 헤이리의 중간에 자리잡은 한길사 북하우스(heyribookhouse.co.kr) 역시 책방보다는 도서관에 가깝다. 위에서 보면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보면 서가 형태로 돼있어 외관부터 독특한 북하우스는 들어가보면 다시 한번 놀란다. 계단이 없이 매끈한 경사길이 지그재그로 만들어져 있고 기둥이 거대한 책꽂이를 대신하고 있어, 마치 펼쳐놓은 책 속으로 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독자들은 경사길 중간중간 서서 책을 꺼내 읽으며 색다른 공간감과 함께 책나라에 온 유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곳에 비치된 책은 한길사 책을 비롯해 3만여권. 2층에 아동·청소년 코너에선 1만3천여권의 책을 만날 수 있다.
① 김영사 북아울렛 ‘행복한 마음’ 내부 모습. ② 북하우스 서가 모습. ③ 초방 외부 모습. ④ 동화나라 지하에서 열리고 있는 종이인형과 미니어처 전시전.
지난달 파주출판단지에 문을 연 문화공간형 책방 ‘행복한 마음’에서 한 아주머니가 동네 아이들과 함께 동물 사진집 <아프리카 여정>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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