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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린 실력으로 말해요”

등록 2006-06-09 21:13

신림중학교 밴드부 바이러스. 사진 속에 부원들은 자체적으로 참치회, BMW, 최고봉밴드를 만들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신림중학교 밴드부 바이러스. 사진 속에 부원들은 자체적으로 참치회, BMW, 최고봉밴드를 만들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신림중 밴드부 ‘바이러스’를 만나다
서울 신림중학교 밴드부 <바이러스>를 만났다. 올해 6년째를 맞는 밴드부<바이러스>에는 현재 30명의 학생들이 ‘음악으로 아이들을 감염시키자’는 포부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다른 학교 밴드 동아리와 조금 다르다. CA시간과 특기적성시간에는 <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뭉치지만, 외부 활동을 할 때는 동아리 내에서 마음이 맞는 학생끼리 모여 만든 밴드 팀으로 출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바이러스> 안에는 최고봉밴드, 참치회, BMW라는 팀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다가오는 10일 ‘청소년 동아리 페스티벌 락그룹 경진대회’에 출전한다. 기자가 방문한 8일에도 학생들은 공연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혼자 있을 때도, 다 같이 모여 있을 때도 끝없는 연습

<바이러스> 부원들은 끝없는 연습을 한다. 이미 최고봉밴드와 참치회는 10일 열릴 대회를 위해 밤 11시까지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회 때만이 아니라 점심시간, 방과후시간 등 시간을 가리지 않고 연습을 이용해 매일같이 연습을 한다.

연습을 집에서 까지 하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언젠가 최우람(중3)군은 집에서 조그만 엠프를 틀어놓고 기타를 연습하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집까지 찾아온 경험이 있다.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부원들. 이들은 대회가 있으면 밤 11시까지 연습을 한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부원들. 이들은 대회가 있으면 밤 11시까지 연습을 한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제 분야가 가장 중요해요” 자기 파트에 대한 프로의식

꾸준한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워가는 만큼 <바이러스> 의 멤버들은 자기가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한 프로의식이 크다.

먼저 보컬을 맡고 있는 이정남(중3)군은 “사실 밴드가 공연할 때 사람들의 관심은 보컬에게 집중되죠”라고 강조한다. 늦은 밤까지 연습해 무대에 올라갔는데,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할 때 정남군은 신난다.

하지만 일렉트릭 기타를 치는 최우람군은 “밴드의 핵심은 (일렉트릭) 기타 솔로 부분”이라고 반론한다. 단조롭게 기타를 치다가 자신 혼자 애드립(즉흥적인 연주)을 하는 순간 ‘노래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우람군은 기타가 없으면 핸드폰을 이용해서라도 빠른 손놀림을 연습한다. 그러는 우람군의 손에 굳은 살이 박혀있다.

우람군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에 이도헌(중3)군은 베이스 기타에 대한 자랑을 한다. 도헌군은 “다른 악기도 중요하지만, 사실 베이스 부분이 빠지면 아무것도 아니죠”라고 말한다. 보컬처럼 사람들에게 집중을 받지도 않고, 일렉트릭 기타처럼 화려하지도 않지만 ‘베이스'가 노래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조용하던 도헌군이 베이스 기타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말속도가 빨라졌다.

드럼을 치는 이혜련양(중3)도 지지 않는다. 밴드의 노래에 힘을 실어주는 게 드럼이라는 것이다. 혜련양은 “노래가 잔잔하게 가다가 갑자기 폭발하잖아요. 바로 드럼 때문이에요. 드럼에겐 음악을 이끄는 힘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각자 자기 역할에 맞는 개성 강한 연주를 하고 있지만, 이들은 ‘네오펑크’로 하나가 된다. 네오펑크는 예전의 펑크 음악에 비해 ‘듣기 좋은 멜로디와 코드진행, 밝고 즐거운 느낌을 강조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음악의 한 장르다. 이들이 10일 날 할 공연도 네오펑크 그룹인 그린데이의 ‘American Idiot'다.

노래를 연습하고 있는 학생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노래를 연습하고 있는 학생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교의 지원, 동아리 담당교사의 노력이 큰 힘

<바이러스> 학생들이 맘 놓고 자기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기타, 드럼 등 역할 별 전문 강사가 특기적성시간 마다 와서 학생들을 세심하게 가르친다. 풍물 동아리랑 같이 쓰고 있지만 언제나 연습할 수 있는 동아리 실도 있다. 또한 100만원에 이르는 동아리 지원비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지원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2003년부터 밴드 동아리를 담당한 정순정 교사가 뒤에서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 이야기 해 동아리 공간도 얻고, 예산도 따내는 정 교사는 학생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단지 공간과 예산을 확보해주는 걸 넘어 학생들과 하나하나 호흡하면서 동아리를 만들어나간다. 특히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연습할 때, 정 교사도 같이 남는다.

최우람군은 “우리가 11시까지 연습하면 선생님도 11시까지 남아 간식도 사주시고, 우리를 도와줘요”라며 정교사를 추켜세운다.

정교사는 8일에도 새롭게 산 캠코더를 들고 밴드부의 연습을 지켜봤다. 이날 정 교사가 촬영한 내용은 연말에 밴드부의 모든 활동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제작된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바이러스> 학생들. 몇십번씩 연습한 곡을 무대에 올릴 때 ‘가장 신난다’는 이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노래에 감염될 또래의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

정혜규 기자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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