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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교통합 ‘곡성의 실험’

등록 2005-02-27 21:07수정 2005-02-27 21:07

전국에서 처음 군단위 농어촌 적정규모 시범학교로 지정된 전남 곡성군 곡성고 학생들이 지난해 교내 예술제에서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익힌 솜씨로 난타공연을 하고 있다. 곡성고 제공
전국에서 처음 군단위 농어촌 적정규모 시범학교로 지정된 전남 곡성군 곡성고 학생들이 지난해 교내 예술제에서 특기적성 교육을 통해 익힌 솜씨로 난타공연을 하고 있다. 곡성고 제공


농어촌 교육 정상화 시범지역 600억 투입
올 중졸 80% 현지진학…“면지역 퇴조” 우려도

오는 3월부터 전남 곡성군에서는 농어촌 학교를 통합해 현대적 시설에서 질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주목할 만한 실험이 시작된다. 소규모 학교를 적정 규모로 합쳐 복식수업과 비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상치교사 등 문제점을 개선하고 동기유발과 학력증진을 이뤄내겠다는 목표의 실험이다.

군지역 전체를 대상으로는 처음 추진되는 곡성의 학교 통합 실험이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지, 아니면 교육의 사각만 넓힐지 교육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곡성군 학교들의 조용한 통합=교육부는 1999년부터 농어촌 교육과정 정상화와 교육투자의 효율성을 위해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나섰다. 이상적 학급 규모를 20명으로 설정하고 전국적으로 학생 수 100명 이하인 소규모 학교 2055곳의 통폐합을 추진해왔다.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교육부는 2003년 2월 곡성군을 농어촌 소규모 학교 통합시범 지역으로 지정했다. 군 단위로는 처음으로, 곡성군청이 앞장섰고, 지역주민도 동의했다. 학교시설 현대화와 교재교구 확충에 2년 동안 국비 609억원이 들어갔다.

1읍 10면인 곡성지역 학교들은 읍내권·석곡권·옥과권 등 생활권 3곳을 중심으로 재편돼 애초 초등 13곳(분교장 2곳), 중학 9곳, 고교 4곳이 올해 초등 8곳, 중학 3곳, 고교 3곳으로 합쳐졌다. 통합학교는 학생들이 2㎞를 걷거나, 버스로 1시간 안에 도착하도록 배려했다. 대부분 학교가 새로 지어졌고 일부는 기숙사, 수영장, 체육관 등을 따로 마련했다. 통학버스도 19대를 준비했다.

곡성군도 군비 23억원을 내놓았다. ‘자녀교육지원 실행위원회’를 꾸려 바이올린과 영어회화를 특기적성 교육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하고,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고교 신입생 46명을 전남대 언어교육원에서 7주 동안 집중영어강좌를 듣게 했다.


김용대 곡성군교육청 장학사는 “주민의 동의를 받아 통합학교 기반시설을 갖춘 만큼 절반은 성공한 셈”이라며 “새학기부터 알차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농어촌 학교의 달라진 면모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높은 기대 속에 우려의 목소리도=2년 동안의 준비를 마친 통합실험은 오는 2일 새학기를 맞아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대다수 지역주민들은 자녀교육 때문에 도시로 나가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소규모 학교 폐지를 서운한 기색없이 받아들였다. 농어촌의 학교문화를 바꿔 지역에서 공부해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이런 높은 기대는 올 들어 중학교를 졸업한 상위권 학생들 가운데 80%는 지역에 진학하고, 20%가 외지로 나갔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20%가 남고 80%가 떠난 예년의 상황에 견주면 놀라운 변화다.

그러나 일부 교육단체와 지역사회에서는 통합의 효과를 강조한 장밋빛 청사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초·중학교 2곳이 한꺼번에 없어진 목사동면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닫은 학교 15곳 주변의 학부모들도 늘어난 통학거리 탓에 걱정스런 표정이다.

장관호 전교조 전남지부 정책실장은 “학교는 지역의 문화중심이었던 만큼 1면 1학교를 유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중화 곡성민주사회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외형적으로 시설이 나아졌다고 교육의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목표는 지역 살리기인데 면 단위에 학교가 없으면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곡성/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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