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수업을 하고 있는 G고 학생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천 서구의 교육 환경을 찾아서
인천 서구 지역의 학생들은 어떤 교육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공장지대 속에 인천 서구
부평구에 위치한 동암역에 내려, 592번 버스를 타면 서구로 갈 수 있다.
버스를 타서 고철을 처리하는 소규모 공장들을 거쳐야 서구로 들어간다. 가정동, 가좌동, 검단동 등으로 형성된 서구는 공장지대가 많다. 서구의 학교들 역시 공장지대 속에 있다. 최근 인천광역시에서 서구 원당동에 영어마을을 조성하고, 가정동 ‘뉴타운’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상인이 많다. 그러다보니 각 정당에선 서구의 빈부격차 해소, 환경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민다. 내신등급제 이후 학교 선택이 달라져
인천 서구 지역은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고등학교를 배정한다. 서구는 부평구 등과 함께 2학군에 속한다. 따라서 2학군 내 사는 학생은 모두 서구에 있는 학교에 지원할 수 있다.
중3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어느 학교에 지원할 것인지 고민을 한다. 예전엔 지역의 명문고를 1지망으로 지원했지만, 내신이 강화되면서 학생들의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있으면 ‘우수한’ 등급을 받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성모(고1)군은 “친구들이 고등학교 지원할 때 내신등급을 고려해 S고나 M여고를 피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거리에 고등학생이 없어
인천 서구에 있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학을 시작했지만, 거리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대부분 방학과 동시에 보충수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학교에 있기 때문이다.
인천 G고등학교. 이 학교는 지난 15일 방학을 시작했지만, 18일부터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하교 시간이 오후 9시에서 오후 5시로 4시간 앞당겨진 것을 빼면 변한 것은 없다.
학생들은 8시 30분에 등교해 1시까지 5교시 보충수업을 한다. 보충수업이 끝나면 급식을 먹은 이후에 5시까지 자율학습을 한다. 이렇게 방학 중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시키는 것은 G고 만이 아니다.
왜 서구 학교에서는 학생을 오랜 시간 학교에 남길까
서구, 부평구 등 2학군에 속한 학교들은 1지망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학교에서는 ‘명문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 지역사회에 학교 인식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성적 좋은 학생들을 꾸려 심화반을 구성해 체계적인 관리까지 하고 있다.G고 김모(49)교사는 “서울대에 5명을 보내느냐, 10명을 보내느냐에 따라 학교를 바라보는 지역사회 인식이 다르다”고 말한다. 학교 측에선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통해 공부할 여건을 마련하고, 이 속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면서 ’명문고‘로 꼽히길 기대한다.
따라서 학교에선 학생들을 되도록 오래 학교에 남기고, 공부를 하도록 시킨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둘로 갈라진다.
G고 문모(고1)양의 경우 “방학 때 노는 것보단 조금씩 공부하는 게 낫다”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강제적인 분위기 때문에 반발하는 학생도 있다. 이모(고1)양은 “학교에서 방학 동안에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시키니 학생들이 억지로 따른다”고 말했다.
이 두 반응은 서구에 속한 인문계 학교 대부분에서 나타난다. 19일 방학하고, 20일부터 보충수업을 시작한 K고 이모(고2)군은 “선생님이 방학동안 ‘밖에 나가 놀지 말고 보충수업이나 하라’며 강제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사실 하기 싫다”고 말했다.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는 학생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잠을 자는 학생이 많은 것은 이 탓이다.
교사, 학생 한 목소리 “냄새가 많이나는데, 환경 개선을”
방학중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두고 갈리는 교사, 학생들의 생각은 ‘서구에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로 모아진다.
서구가 공장이 많기 때문에 공기 질이 안좋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더워 문을 열면 어김없이 공장에서 뿜어내는 냄새가 날아온다. 따라서 여름마다 교사와 학생들은 ‘더위’냐 ‘냄새’냐를 두고 선택을 해야 한다. 이모(고1)양은 “공장이 많아 냄새가 많이 나서 싫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선 ‘교육복지’ 개선하라
지역 사회에선 서구의 교육복지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서구에선 영어 바람이 불고 있다. 인천시에선 서구에 영어마을을 만들었고, 서구의 경우 학교 당 초중고 원어민교사 한명을 두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교조 인천지부 황보근석 사무국장은 “학급당 학생 수가 많고, 교사수가 부족한 문제를 놔두고 서구를 영어특성화지역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심옥빈 사무국장도 “서구에 영어마을을 조성했지만, 정작 경제여유 없는 서구사람들이 영어마을을 체험하긴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 현장 교사들도 ‘교육복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교사는 “우리 학교의 경우 서구에서 그나마 중산층 지역에 속하지만, 그래도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이 10%에 달한다”며 복지 필요성에 대해 제기했다. 그는 “보충수업비도 10% 학생들이 내지 않고 있다”며 “학생의 형편을 알면서 돈을 달라고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2일에는 지역간 교육격차 해소 및 교육복지 확충을 위한 인천교육연대가 출범하기도 했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버스를 타서 고철을 처리하는 소규모 공장들을 거쳐야 서구로 들어간다. 가정동, 가좌동, 검단동 등으로 형성된 서구는 공장지대가 많다. 서구의 학교들 역시 공장지대 속에 있다. 최근 인천광역시에서 서구 원당동에 영어마을을 조성하고, 가정동 ‘뉴타운’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상인이 많다. 그러다보니 각 정당에선 서구의 빈부격차 해소, 환경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민다. 내신등급제 이후 학교 선택이 달라져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학생 뒤로 공장이 보인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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