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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비정상적인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은 도피처

등록 2006-08-03 15:49

ⓒ네이버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네이버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끌고 있는 만화 <정글고>

김규삼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하고 있는 ‘입시명문 사립고등학교 정글고’(정글고)가 한국 교육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방학시작하자마자 보충수업, 촌지요구하는 교사
한국 교육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 ‘정글고’

지난달 24일 연재한 28화 <방학식>의 한 장면.

정글고에서 방학식을 했다.


정글고 이상장은 “내일부터 우리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가요. 여름방학은 빡빡한 학사일정에서 벗어나 자기가 뒤떨어진 과목을 보충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심신을 충전하는 기간이에요”라며 “학생들은 어떤 방학을 보낼 건가요?”라고 묻는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첫 번째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은 “피서요” “계곡에가요” “바다요” 등 저마다 한마디씩 외친다.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의 얼굴엔 설레임과 기대감이 가득하다.

하지만 바로 이사장은 “지금 놀 거 다 챙겨 놀면서 대학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라고 묻는다. 이 만화를 읽는 사람이 ‘설마 보충수업..’이라고 생각할 즈음, 이사장은 “내일부터 하계 보충수업을 시작합니다. 모든 학생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등교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방학식을 마친다.

이 장면은 만화 ‘정글고’가 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풍자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학과 동시에 보충수업을 강제적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은 이 대목에서 방학을 하자마자 보충수업을 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17화 <책속의봉투>편에서는 담임교사가 학부모한테 촌지를 요구하는 의미로 책을 빌려준다.(‘책을 돌려줄 때 돈을 달라’는 의미) 한참을 고민하던 학부모는 책속에 돈을 넣어, 자녀보고 담임에게 갖다 주도록 시킨다.

마침 MP3 플레이어가 필요하던 학생은 우연하게 그 돈을 보고 ‘어머니가 MP3플레이어를 사라고 몰래 넣은 돈’이라 생각한다. 그날저녁 MP3플레이어를 산 학생이 “공부 열심히 하고, 효도할께요”라며 학부모에게 달려간다. 학생의 얼굴엔 ‘엄마가 나를 위해 돈을 주다니’라고 생각을 하는지 웃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웃음이 가득한 학생의 얼굴과 달리 학부모는 “무슨 돈?”이냐며 놀란다. 물론 그 다음엔 ‘봉투가 없는 책’을 보며 허탈해하고 있는 담임교사가 교차된다.

이 만화를 읽은 네티즌 shinjy15는 “중1때 담임은 엄마한테 전화에서 16만원만 달라고 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적었다. cdsopp는 “(촌지로 MP3를 산)저 학생은 이제 내신이 내려가겠구먼”이라며 씁쓸해했다.

이외에도 이 만화에선 주말을 쉰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며 “대학합격증 갖고 오면 너희 맘대로 해줄께”라고 말하는 교사와 그 교사에게 복수를 하기위해 대학합격증을 들고 온 제자가 나온다. 또한 체벌을 통해 분위기를 잡으려고 했던 신입교사가 회장의 아들인지 모르고 한 학생의 뺨을 때리다가 학교에서 쫓겨나는 일도 나온다.

"학교의 현실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만화를 보면서 쾌감느껴"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의 임선재(25)간사는 “방학을 하고 보충을 시작하는 등 이 만화속에 나오는 학교의 모습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며 “하지만 학교의 현실이 비정상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 만화를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정글고가 학생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만화를 그린 김규삼 작가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종교 재단의 서울 사립 K고를 나왔다”고 밝히고 “술자리서 만난 수십 명의 선ㆍ후배가 늘어 놓은 ‘사립고 추억담’이 만화를 그리게 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글고가 비판을 위한 심오한 만화가 아니라 패러디 만화“라며 현실을 비판하는 만화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지만, 아주 현실적인 소재를 유머 있게 표현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선 현실을 풍자하는 만화로 비쳐지고 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되는 이 만화를 학생들은 기다리고 있다. 월요일 새벽부터 이 만화가 언제 업데이트 되느냐며 글을 적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학생들의 현실. 학생들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를 찾듯이 이 만화를 찾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한 장면을 소개한다.

‘교훈은 약육강식, 급훈은 적자생존’인 정글고에서 견디지 못한 전교1등 학생이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선택한다. 그러나 자살한 전교1등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표정은 담담하다. 왜 그럴까? 그 이유가 다음날 등교시간에 밝혀진다. 자살을 한 전교 1등이 불사조로 변해서 등교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마디 남긴다. “이번에도 등교시간이 되니까 살아나더라고.”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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