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모습들.
장애 어린이 함께 할 수 있는 미로속 청각·미각·후각 체험관들
영화 보는 재미가 두배 마을로 ‘고양이 버스’ 빵빵~
영화 보는 재미가 두배 마을로 ‘고양이 버스’ 빵빵~
제2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극장을 기억하시는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웃고 떠들고 음식을 소리내어 씹고, 심지어 싸우면서 영화를 보는 떠들썩한 극장. 창구에서 표를 끊어 한 줄로 정연하게 입장한 뒤, 정해진 좌석에 앉아 쥐죽은 듯 영화를 보는 요즘 극장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조용히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곤 해도, 역시 이 거대한 스크린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 ‘어른’들이다. 갓난 아이에서 치매 노인에 이르기까지, 장애·비장애인을 막론하고 누구나 거리낌 없이 한데모여 영화를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올해로 두 해째를 맞는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주최쪽이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 결과, 어린이를 위한 좋은 영화를 많이 상영한다는 영화제 본연의 목적에 외에, 이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 여럿 생겨나게 되었다.
오는 9월 16일부터 열리는 제2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는 오감 극장과 오감 놀이터를 만나볼 수 있어,영화를 눈으로만 보지 않고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도록 펼쳐질 예정이다. 오감 놀이터에 전시될 예정인 체험물이 전시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씽크씽크미술관에서 어린이들이 작품을 느껴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영화를 눈으로 본다는 편견을 버리라, 고 주문하는 이 독특한 공간은 시각, 청각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도 즐겁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더불어 온갖 ‘시각적’ 자극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청각, 촉각 같은, 평소 비교적 덜 중요하게 취급되던 감각들을 일깨우는 곳이기도 하다. 오감체험극장에는 우선, 대사 없이 화면만으로 이루어진 단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영화 읽어주는 사람(동화구연전문가 등)과 함께 감상하는 ‘오감상영’이 준비돼 있다. 반복되는 무늬와 풍부한 소리 등으로 이루어진, 아이들의 시각·청각을 섬세하게 건드려 정서발달에 도움을 주는 작품들을 모았다. 오감체험극장을 준비한 한윤아 프로그래머는 “재미있고 짤막한 영화을 보면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아이들이 나이와 한글 독해력,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를 극복하는 어린이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일본 애니메이션 <달려라>, 한국 고전영화 <콩쥐팥쥐> 등 장편 영화도 상영된다. 오감체험극장에서 상영되는 장편 영화들은 한국어 영화까지 빠짐없이 자막이 들어가는데, 단순히 대사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의성어, 의태어 등을 촘촘하게 넣어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에프엠수신기를 통해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화면해설 서비스’와 소리를 기계적 진동으로 변환해 뇌초 전달해 음향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골도기기 서비스’가 청각장애, 시각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따로 준비된다.(표1 참조)
상영관 바깥, 덕양어울림누리의 널찍한 야외 공간에 마련되는 오감체험전은 미로와 모험터널, 갖가지 예술 조형물들을 지나면서 아이들의 오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험 교육 공간’이다. 높이가 16미터쯤 되는 미로를 따라가면, 각종 동물 소리와 비·바람 소리로 이루어진 청각 체험관과 여러 과일의 이미지와 향기가 가득한 미각·후각 체험관 등 온몸의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며 놀 수 있는 비밀의 방이 하나씩 나타난다. 미로 밖에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나 나올 법한 터널이 놓이고, 본격적인 감각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감각-놀이 체험 전시’가 아이들을 기다린다. 주최쪽이 국내 미디어아트 작가들과 손잡고 준비한 ‘감각-놀이 체험전시’는 아이들이 각 전시물이 설치된 곳을 알려주는 지도를 손에 들고 전시물들을 하나씩 ‘체험’하면서 애초 부여받은 미션(임무)을 해결하는 ‘모험 영화’ 방식으로 꾸몄다. 고양이 놀이터와 고양이 버스
세계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상영하는 ‘고양이 놀이터’는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영화의 수혜자로만 바라보던 기존 인식을 순식간에 무너뜨린다. 이번에 볼 수 있는 작품은 벨기에, 프랑스, 크로아티아 어린이들이 만든 22편의 단편 영화와 국내 어린이 97명이 함께 만든 영화들. 국내 출품작은 8월12~15일 영화제쪽에서 마련한 ‘어린이 영상 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만든 것으로, 영화제쪽은 매년 여름방학 기간에 이러한 영상 캠프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시나리오 쓰기와 촬영, 편집, 음향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작 전 과정을 고사리손으로 직접 해낸 것도 기특하지만, 자기가 속한 세계를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보고 담아낸 뒤 유머까지 곁들인 아이들의 솜씨가 놀랍다.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영화 상영은 계속된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리쿠 키리쿠>와 영화제 단편 경쟁부문 수상작을 싣고 달리는 ‘고양이 버스’가 출발하는 것. 경기도 구석구석 영화관 없는 마을 어린이들을 찾아갈 고양이 버스는,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가 ‘어른, 비장애인, 도시’라는 기존 영화관객의 대척점에 있는 ‘어린이·장애·비도시’를 향한다는 점, 평소 영화로부터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려 한다점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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