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이화여대에서 2007학년도 수시 2학기 ‘성적 우수자 특별전형’에 지원한 수험생이 논술 시험을 치르고 있다. 논술 시험은 150분 동안 인문계열과 자연계열로 나눠 실시됐으며, 통합형 등 7개 문항이 출제됐다. 420명을 뽑는 이 전형에는 5563명이 지원해 13.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수능>학생부>논술 순
학교·학원 분석 뒤집어
학교·학원 분석 뒤집어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서울대의 2005학년도와 2006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교과성적이 논술보다 두 배 이상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이는 그동안 학생부와 수능의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이 경쟁하므로 논술이 비록 반영비율은 작아도 당락에 결정적 영향력을 보였을 것이라는 학교·학원가의 분석을 뒤집는 것이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17일 “2005·2006학년도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학생부의 실질적 영향력이 논술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2005·2006학년도 입학전형 결과로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을 통해 전형요소별 영향력을 평가해 보니, 학생부 점수로 당락이 바뀐 비율이 논술 때문에 당락이 바뀐 비율의 두 배가 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당시 학생부 40%, 수능 40%, 논술 10%, 면접 10%를 반영했으며,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은 2.28%에 그쳤다. 김경범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지금도 논술에 기본점수가 있고 논술은 0점부터 만점까지 점수로 줄세우는 방식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성격의 시험”이라며 “논술 영향력은 학교·학원들이 추정하는 만큼 크지 않았고, 학생부는 실질 반영비율이 작아도 영향력이 결코 작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6학년도엔 수능 난이도가 전년보다 좀더 올라가면서 수능 영향력이 전년보다 조금 더 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는 2005·2006학년도와 기본 틀이 같은 2007학년도 입시가 진행되고 있고, 이런 분석 결과가 2007학년도에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자료와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분석 결과는 2008학년도에도 논술만으로 당락이 좌우된다는 결론을 섣불리 내려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김 본부장은 “논술 비중을 확대하긴 했으나,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은 근거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 8일 2008학년도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학생부를 40%에서 50%로, 논술을 10%에서 30%로 반영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가 내년 봄 모의 논술시험 뒤 확정해 발표할 논술의 기본점수,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율에 따라 논술의 영향력은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기봉 교육부 대학학무과장은 “논술이 지나치게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라며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서울대 및 주요 대학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논술에도 기본점수를 주기 때문에 2008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 후보자도 지난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과 관련해 “고교의 정상적 교육과정을 잘못 끌고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어 교육부와 서울대가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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