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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1월 13일 글쓰기 교실

등록 2006-11-12 17:22수정 2006-11-14 00:31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신아람 여수여중 3학년

평소보다 학교가 일찍 끝나게 되어 반 친구의 집에 놀러 가게 되었다. 평소 그 애의 행색으로 보아 집이 좀 넉넉한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듯 했다.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그 애의 집에 들어서면서 순간 내 기가 죽었다. 최신 가전기기, 냉장고에 꽉 들어찬 간식거리.

얼마 전 우리 아빠가 열심히 공부하라고 큰 맘 먹고 사오셨다던 비싼 스탠드가 그 친구 집에는 몇 개씩 있었다. 월드컵 기간 박지성 선수가 광고하던 큰 벽걸이 텔레비전과 두 곳이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좋은 컴퓨터들, 복합기…. 넓은 그 애의 방과 부유한 환경,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그 애의 모든 것이 부러웠다.

한참 놀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그 친구와 나의 삶을 비교하자니 괜스레 서글퍼졌다. 내가 그 애의 조건이었다면 전교 2등은 했을 텐데…. 내가 컴퓨터를 차지하려고 언니와 동생 사이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을 때, 그 애는 편안히 앉아 지겹도록 컴퓨터 게임을 했겠지.

내가 밤마다 불을 켜 놓고는 잠을 못 자는 언니의 눈치를 보아가며 온갖 집안 소음을 견뎌내면서 공부하고 있을 때, 그 애는 조용하게 아무런 걱정 없이 공부했겠지. 집에 가서 엄마가 나한테 한 소리만 했단 봐라. 나한테 한 소리라도 하면 왜 엄마는 친구 부모님처럼 못 해주냐고, 가슴을 후벼 파며 대들어야지.

현관문을 열었다. 편안한 우리집 냄새와 함께 “작은딸 왔냐?”하시는 아빠의 음성, 세탁기가 고장 나 손빨래를 하고 있던 엄마, 서로 컴퓨터를 하겠다고 오늘도 역시나 다투고 있던 언니와 동생, 그리고 깔끔하고 넓은 그 애의 집과는 너무도 다른 좁고 너저분한 집안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힘겨운 중3 생활과 진로, 혼란기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았던 것은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의 염려와 도움으로 살아왔지 않았나 하는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비록 물질적으로 그 애처럼 풍요로운 조건을 마련해 주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때마침 제일 친한 친구에게서 온 문자 한통.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열심히 공부하라는 내용이었다. 마음이 찡해졌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은 나눔의 행복과 사랑을 잊고 살아가게 만드는가 보다. 비록 그 친구만큼 많이 갖고 풍요롭지도 않지만 내 주위에 소중한 사람들의 염려와 도움, 그리고 사랑 속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국어 숙제 주제로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가 주어졌을 때 단순히 국어 숙제를 떠나 진지하게 인간다운 삶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인간다운 삶 하면 굉장히 멀리 있고 훌륭한 위인들이나 특별한 사람들의 삶인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처음엔 굉장히 막막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뭐 정직하고 착하게 사는 것 보다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부대끼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감사히 살아가는 것,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 미움, 슬픔, 좌절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사는 것. 그것이 가장 인간답고 정말 사람다운 삶이 아닐까? 벌써 11월에 접어들었다. 소중한 사람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모든 것에 감사히, 그리고 좀 더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되리라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평: 소박하고 평범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글

유년 시절이나 청소년 시절에 한 번쯤은 겪을 만한 일이다. 아주 평범하고 소박하여 특별할 것이 없지만, 자신의 생활 체험에서 우러난 느낌과 생각을 진실하게 잘 적어나간 글이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이 학생의 진지함이 돋보인다. 김미순/ 전남국어교사모임, 여수여중 교사. jaguni-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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