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을 찾은 아이들이 손그림자로 ‘빛’에 대해 공부하는 모습(소마미술관 제공)
큐레이터 이현씨가 들려주는 ‘미술관서 즐기는 법’
겨울방학을 앞두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작품들이 잇따라 국내에 들어온다. 겨울방학 기간에 대규모 특별전을 여는 것은 어느덧 미술계의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의 작품을 눈으로 확인하려는 학생과 학부모들로 값비싼 전시가 발디딜 틈 없이 붐비는 덕분이다.
그러나 막상 전시장에 가면, 인파에 밀려 주어진 동선대로 그림을 훑어보는 게 고작이라 모처럼 시간과 비용을 들인 ‘미술관 가족 관람’이 무색해진다. ‘나도 그림을 잘 모르는데, 아이들과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어 부담을 느끼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파리 오르셰미술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아이와 함께 미술관에서 ‘놀던’경험을 토대로 <나는야 꼬마 큐레이터>라는 책을 펴낸 이현씨는 “관람객이 적은 시간에, 언제든지 반복해서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에서,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작품을 감상하라”고 조언한다. 이씨가 부모와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법을 일러줬다.
관람 전, 동선과 시간을 정한다
미술관 동선은 어떤 전시냐에 따라 달라진다. 작가의 회고전이라면 대부분 시대 순으로 배열돼 있을 것이고, 한가지 테마로 이뤄진 전시라면 그 테마에 따라 전시작과 순서가 결정된다. 어떤 장르를 다룬 전시인지, 어떤 주제로 작품을 선정한 것인지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알아본다. 미술관 내부 지도를 보면서 어떤 순서로 얼만큼 시간을 들여 감상할 것인지도 정해본다. 미리 세운 관람 계획이 꼭 들어맞지 않는다 해도, 전시관의 모습을 미리 떠올려보면 처음 간 미술관이라도 친숙한 느낌이 든다. 유명한 작품들이 많은 전시라면, 책과 인터넷 등에서 그림을 찾아 미리 보아두면 좋다.
색, 물건, 빛 찾기 놀이를 한다
미술관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은 ‘색’이다. 전시장을 누비면서 빨강, 파랑, 노랑 등 자신이 좋아하는 색 찾기 놀이를 해본다. 아이는 세상에 다양한 빨강, 노랑, 파랑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다음엔 물건 찾기를 해본다. 팔찌, 시계 등 생활 속 사물이 그림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알아본다. 아이들은 그림 속 여인이 팔에 차고 있는 것이 균일한 두께인지, 동그란지 네모난지, 평평한지 돌출돼 있는지 등을 어른보다 더 명확히 구분해 낸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작가마다 묘사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깨닫는데, 관찰력이 좋은 아이는 이러한 묘사 방법만으로 작가를 정확히 짚어내기도 한다. 빛 찾기는 좀더 세심한 주의력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창문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방향을 알면, 이를 명암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색과 빛을 느끼고, 작가가 표현한 대상(물건)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은 작품을 보는 기초가 된다. 상상하고 추측하며 본다 수영장에 떠 있는 사람, 욕조에 들어가 있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등 작품 속 인물들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며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작품에서 흐릿하게 표현되거나 보는 이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도록 감춰둔 부분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것일지 추측을 해본다. 초등 고학년 이상 아이라면 양 손 엄지와 검지로 네모난 프레임을 만들어 이곳저곳 들여다보거나 카메라로 주변 사물을 촬영하게 하면서, 같은 사물이나 풍경도 프레임에 따라 다른 느낌을 갖는다는 걸 경험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작품 뿐 아니라, 그 작품의 ‘액자’까지 유심히 본다.
작품 배경을 알아본다
요즘 전시장에는 작가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해당 장르를 해설하는 각종 영상물들이 함께 비치돼 있다. 영상물과 도록을 활용해 왜 작가가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설명해본다. 작가와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는 길이다.
미술관 관람 공책을 만든다
팜플릿과 도록, 전시장에서 판매하는 그림 엽서, 미술관 주변에서 찍은 사진과 우연히 주운 나뭇잎 등 갖가지 재료를 활용해 미술관 관람 공책을 만든다. ‘내가 경험한 미술관’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현장에서 간단한 작품을 베끼거나 같은 제목으로 작가와 어떻게 다른 그림을 그릴지 상상해 보게 한 뒤, 아이의 그림도 공책에 붙여둔다.
정리=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미술관에서 전시물을 감상하는 아이들(왼쪽,오른쪽)<한겨레>자료사진
미술관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은 ‘색’이다. 전시장을 누비면서 빨강, 파랑, 노랑 등 자신이 좋아하는 색 찾기 놀이를 해본다. 아이는 세상에 다양한 빨강, 노랑, 파랑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다음엔 물건 찾기를 해본다. 팔찌, 시계 등 생활 속 사물이 그림에서 어떻게 표현됐는지 알아본다. 아이들은 그림 속 여인이 팔에 차고 있는 것이 균일한 두께인지, 동그란지 네모난지, 평평한지 돌출돼 있는지 등을 어른보다 더 명확히 구분해 낸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작가마다 묘사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깨닫는데, 관찰력이 좋은 아이는 이러한 묘사 방법만으로 작가를 정확히 짚어내기도 한다. 빛 찾기는 좀더 세심한 주의력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창문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방향을 알면, 이를 명암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색과 빛을 느끼고, 작가가 표현한 대상(물건)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은 작품을 보는 기초가 된다. 상상하고 추측하며 본다 수영장에 떠 있는 사람, 욕조에 들어가 있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등 작품 속 인물들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며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작품에서 흐릿하게 표현되거나 보는 이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도록 감춰둔 부분이 있다면, 과연 어떤 것일지 추측을 해본다. 초등 고학년 이상 아이라면 양 손 엄지와 검지로 네모난 프레임을 만들어 이곳저곳 들여다보거나 카메라로 주변 사물을 촬영하게 하면서, 같은 사물이나 풍경도 프레임에 따라 다른 느낌을 갖는다는 걸 경험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아이는 작품 뿐 아니라, 그 작품의 ‘액자’까지 유심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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