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유비의 삼고초려에서 배우라

등록 2006-12-10 19:19수정 2006-12-11 20:46

유비의 삼고초려에서 배우라
유비의 삼고초려에서 배우라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논리 관성을 극복하라!- 편견 넘기

2004년,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라크의 생화학무기를 찾아내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마침내 그네들은 사담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를 짚어 냈다. 위성 촬영 결과, 무기 공장으로 추측되는 곳에서 탱크로리 차량 이동이 엄청나게 늘어났던 것이다. 다른 정보들과 종합해 보건대,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결론은 너무도 분명했다.

하지만 이라크는 화학무기를 만들지 않았다. 결국 미국은 없는 사실로 명분을 만들어 냈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야 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미국 관리들은 탱크로리 차들을 잡아내기 위해 감시 위성의 숫자를 두 배로 늘렸다는 점을 잊고 있었다. 두 배로 자세하게 보니, 당연히 차량도 그만큼 더 낱낱이 잡혔을 터다.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말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캐고 밝힐수록 사실이 더 분명하게 드러날 듯하지만, 실은 판단이 어긋날 가능성도 같이 커진다. 왜 그럴까? 사람은 보아야 할 것보다 보고 싶은 것을 보려하기 때문이다. 한번 틀어진 마음은 속속들이 잡히는 정보들로 살을 붙여 점점 삐뚤어진 결론으로 치닫곤 한다.

편견은 우리 마음을 지배하는 ‘논리관성’이다. 막 달리던 차는 갑자기 멈추기 어렵다. 관성이 작용하는 탓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생각에도 관성이 있어서, 평소 믿음과 잘 들어맞는 정보에는 마음이 금방 쏠린다. 반면, 알고 있던 사실과 틀어져 맞지 않는 증거는 껄끄럽고 내쳐버리고 싶기 마련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은 논리 관성을 극복하는 데서 나온다. 어떻게 해야 내 마음에 강하게 박혀있는 편견을 넘어설 수 있을까?

첫째, 대조군(對照群)을 정하고 제대로 살펴보았는지 짚어 보자. 대조군이란, 무엇을 판단하기 위해 비교 대상으로 삼은 집단을 말한다. 예컨대, 보충수업이 과연 효과 있는지 알려면, 방과후수업을 하는 학교만 연구해서는 안 된다. 실시하지 않는 학교도 같이 살펴보고 둘을 견주어야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 때 방과후수업을 하지 않는 학교가 바로 대조군이다.

대조군 없이 하는 조사는 ‘마녀사냥’이 되기 쉽다. 서양 중세에 숱하게 희생된 마녀들은 대개 평범한 여인네들이었다. 그러나 종교재판관들이 취조하기 시작하면, 이내 마녀임을 증명하는 사실이 끊임없이 튀어나오곤 했다. 방 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일이 잦다는 둥, 밤마다 악마와 파티를 열기 위해 외출한다는 등으로 말이다.


마녀라는 확신을 갖고 바라보면 모두 의심 갈만한 증거들이다. 그러나 평범한 여느 아낙네들을 대조군으로 삼아 바라보면 편견은 금세 가라앉을 터다. 혼잣말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밤 외출도 그렇다. 물을 긷는 등, 나름의 사정 때문에 해질녘에 집 나서는 여인도 드물지 않았을 것이다. 종교재판관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증거에 매달리기 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고 비교해 보자.

둘째, 결단을 내림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도록 하라. 혼자만의 생각보다는 여럿의 판단이 대개 옳다. 토론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제를 함께 나누다 보면 미처 짚지 못했던 부분들이 드러난다. 그러나 집단도 편견에 사로잡히곤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집단의 그릇된 판단은 개인의 잘못된 의견보다 수백 배 더 위험하다. 많은 사람들이 옳다고 인정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설득 근거가 돼 생각을 마비시키는 까닭이다. ‘군중에 호소하는 오류’가 바로 이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누구 말을 들어야 할까?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닥친 문제에 대한 식견을 갖춘 ‘많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수학을 잘하는 비법을 반 학생들의 투표로 결정하고 알 수는 없다. 이를 알려면 수학을 잘하는 학생에게 도움을 구해야 한다. 편견에서 벗어나는 길도 마찬가지다. 나와 마찬가지인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기보다는, 그 문제에 대해 깊고 넓은 식견을 가진 이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해보라.

나이 오십의 유비는 갓 스물인 제갈량을 찾아가 세 번이나 엎드려 도움을 청했다. 항상 나의 판단을 어그러뜨리는 논리관성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그러면 유비의 자세부터 배워라. 자기를 굽히고 다른 의견을 받드는 일이 기분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진정한 자존심은 최선의 결과에서 온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뇌를 깨우는 논리 체조

다음의 판단이 담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각각 지적해 보세요.

● 교육 정도가 낮은 흑인은 범죄율이 높대. 그러니 백인들이 사는 안전한 곳으로 가자.
● 학교 매점에서도 패스트푸드를 더 많이 팔아야 합니다. 이는 전체 학생들이 원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 수능의 난이도가 높아지면 하위권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진다. 사교육에 더 의존해야 하는 탓이다. 그러니 수능은 쉽게 출제되어야 한다.

체조방법

첫 번째 항목은 대조군을 설정하고 비교하는 문제입니다. 교육 정도가 낮은 흑인은 범죄율이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육 정도가 낮은 백인들은 어떨까요? 대조군을 설정하면 편견은 쉽사리 깨집니다. 실제로 미국 사회에서 교육을 적게 받은 흑인보다 백인의 범죄가 많다고 합니다. 두 번째 항목은 ‘전문가의 의견’에 대한 물음입니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사실을 따른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문항은 대중의 편견과 전문가의 견해를 동시에 가늠하는 문항입니다. 적절한 수능 난이도는 누구의 견해에 따라, 어떤 측면에서 결정해야 할까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