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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든’과 ‘어떤’

등록 2006-12-24 19:58수정 2006-12-24 20:06

논리로 배우는 수학 /

현행 7차교육과정 수학교과에서 논리 영역은 매우 약화돼 있다. 정확한 논리를 구사하는 것이 기호화되면 추상적인 성격이 생겨나고, 그 이후로는 너무 복잡해져서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현재 부모 세대는 고등학교 다닐 때 명제의 참과 거짓을 따지는 진리표라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15년 전께부터 진리표가 그 본래 의미를 잃어버리고 복잡성을 더해가는 기호화의 과정에 애로가 많이 생기자 교사들의 의견에 따라 교육과정에서 빠졌다. 그리고 학생들이 중학교 과정에서 증명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이유로 교육과정 개정을 거듭할수록 증명교육이 약화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8월 수학교과 7차교육과정의 부분 개정을 고시했다. 이 새 교육과정은 2009학년도 초·중·고교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며, 3년에 걸쳐 교체가 이뤄진다. 이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논리가 강화됐다. 고교 1학년 교육과정 명제 부분에 ‘조건’, ‘진리집합’, ‘모든’, ‘어떤’의 네 가지 용어가 새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들이 증명을 어려워한다는 이유로 논리교육을 약화시켜온 데 대한 수학계의 반성을 받아들인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모든’과 ‘어떤’이라는 용어다.

사실 수학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각 개념 사이의 관련성이다. 여러 수학 개념은 사실상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수학이라는 과목이 갖고 있는 중요한 특성이다. 수학은 아주 오래된 학문이기 때문에 그 조직이 단단하고 짜임새가 거의 완벽해서 완전히 파악하기가 힘든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기본 원리만 정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새로운 것에 대해서도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 많은 공부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수학을 공부할 때 모든 수학의 개념을 별도로 고립된 개념으로 이해하고 학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여러 수학 개념에 걸쳐서 통용되는 개념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들만 골라서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는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다음 명제의 참과 거짓을 따져 보자.

“자연수는 뺄셈에 대해 닫혀 있다.”

각자의 답이 다를 것이다. 대략 다음과 같이 세 종류의 답이 예상된다.


(1)참이다 (2)거짓이다 (3)참일 때도 있고 거짓일 때도 있다

셋 중에 정답을 고르라고 하면 (3)을 고르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정답은 (2)다. 왜 그럴까? 존재성이 명시되지 않는 모든 명제에는 항상성이 생략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중학교에서는 정확히 가르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위의 명제를 좀더 명확히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고쳐 보자.

“자연수는 뺄셈에 대해 (항상) 닫혀 있다.”

이제 정답은 분명히 (2)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존재성을 명시하지 않은 명제는 항상성이 생략됐음을 명심해야 실수하지 않는다. 다음 명제의 참과 거짓을 따져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자.

“두 삼각형의 넓이가 같으면 두 삼각형은 합동이다.”

당연히 거짓이다. 넓이가 같은 두 삼각형 중에는 합동인 것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항상 성립한다는 명제가 거짓임을 보이는 것은 거짓이 되는 단 한 가지 사실을 들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를 반례(反例)라고 한다. 왜 거짓을 증명할 때는 반례를 하나만 드는지를 이해했을 것이다.

이제 생각을 넓혀 보자. 이 항상성과 존재성은 식으로 말하면 항등식과 방정식에 관계된다. 현재는 중학교 1학년에서 배우고 있고, 2009년 이후에는 초등학교 6학년에서 배우게 될 이 두 개념 가운데 학생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항등식이다. 항등식은 말 그대로 그 식에 있는 미지수에 어떤 값을 대입하더라도 항상 성립하는 등식이다. 방정식은 대입하는 값에 따라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하는 등식을 말한다. 그러므로 어떤 등식이 주어졌을 때 그 식이 항등식인지 방정식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우선 필요한데, 실수를 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이 구분을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계산부터 하고 보는 이들이다. 방정식은 항상 성립하는 것이 아니므로 “방정식의 근을 구해라” 또는 “등식을 만족하는 x의 값을 구해라”와 같은 질문이 반드시 주어진다. 그러므로 주어진 방정식을 풀어 x의 값을 구하는 것이 목적인데, 항등식의 경우는 x의 값은 전혀 관심 사항이 아니다. 오히려 그 등식을 항상 성립하게 하는 조건을 찾는 것이 항등식 문제의 목적이다.

이런 혼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관계가 무지 많은 개념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정확히 공부해야 한다는 강조이기도 하다. 수학을 싫어하는 어른들은 흔히 미적분을 그 이유로 든다. 그래서인지 학생들 가운데도 미적분 부분에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미적분은 대부분 식으로 돼 있어 그 식의 의미를 구분하지 않으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으며, 다른 사람이 푸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음 두 문제를 보자.

① 임의의 실수 x에 대하여 (식1)가 성립할 때, (식2)의 값을 구하라.

② 등식 (식3)를 만족하는 양수 x의 값을 구하라.

식1, 식2, 식3
식1, 식2, 식3
이제 구분이 갈 것이다. (1)은 항등식, (2)는 방정식이다. (1)번 문제는 양변을 x로 미분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2)는 방정식이므로 미분해서는 안 된다. 그냥 정적분을 해서 이차방정식의 근을 구해야 한다.

정리하면, 존재성이 명시되지 않은 명제는 모두 항상성이 숨어 있다는 것이 사회적인 약속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과 ‘어떤’은 중요한 개념으로 여러 가지 수학적인 개념에 관련되어 있으므로 이들의 관련성을 파악하는 것이 수학에서는 중요한 핵심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최수일/서울 용산고 교사, 전국수학교사모임 회장 choi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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