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논문 원저자인 김아무개·신아무개씨가 26일 오후 고려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왼쪽 사진)을 연 뒤 이 총장이 고려대 본관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필상 총장 “공동연구 단독 게재 부적절…관행”
해당 제자들 “연구협력해 가능…양해 기억 없다”
해당 제자들 “연구협력해 가능…양해 기억 없다”
지난 21일 취임한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제자의 학위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이 총장의 논문 등을 확인해본 결과, 1988년 12월 고려대 경영대에서 펴낸 〈경영논총〉과 기업경영연구소의 〈경영연구〉에 발표한 논문은 이 총장이 한해 전 석사학위 논문 지도교수를 맡았던 제자 2명의 논문과 내용이 거의 같았고, 이 총장이 지난해 8월 〈대한경영학회지〉에 기고한 글도 두달 전 통과된 신아무개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대부분의 내용이 일치했다.
88년 〈경영논총〉에 발표한 ‘우리나라 채권수익률의 기간 구조에 관한 연구’를 보면, 제자인 김아무개씨의 학위논문과 제목은 물론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문장이 200여개에 이르렀다. 같은 해 〈경영연구〉에 실린 ‘외환관리에 있어 통화 선물의 경제적 이득에 관한 실증적 연구’ 논문도 130개에 가까운 문장이 다른 제자 김아무개씨의 석사논문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논문 모두 개념 정의와 결론은 물론 표와 각주, 참고문헌까지 같았다.
또 지난 2005년 〈대한경영학회지〉에 발표한 ‘기업집단의 경영행태와 기업가치에 관한 연구’ 논문은 신씨의 박사학위 논문과 일부 오·탈자까지 같을 정도다.
이 총장은 이날 고려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자가 먼저 학위논문의 형식으로 출간한 것과 내용이 비슷한 논문을 단독 저자 자격으로 학술지에 게재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학계 관행으로 볼 때 크게 문제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학위 논문의 아이디어와 내용을 줬다”며 “(별도로 발표할) 논문 초안을 미리 써놓은 상태에서 제자들이 작성한 논문을 가필·수정하다보니 두 논문 내용이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석사학위 논문을 썼던 김씨는 “나중에 학회지에 비슷한 논문이 실렸던 것은 연구 과정에서 서로 협력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로 본다”면서도 “당시 이 총장이 논문 게재에 대한 양해를 사전에 구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김병준 당시 교육부총리가 논문 표절 문제로 물러난 지 넉달만에 다시 똑같은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과거 논문을 고칠 수는 없더라도 교수들이 먼저 철저히 반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표절 기준과 논문 인용, 저작권 문제 등을 다룬 연구윤리강령을 이른바 명문대부터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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