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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유니세프 청소년자봉단 10박 11일 캄보디아 봉사체험

등록 2007-01-14 18:14

프놈펜 호산나 학교·빈민촌 돌며
생필품 전달하고 목욕시키고…
아침7시부터 오후5시까지 강행군
“가난해도 해맑은 표정 놀랐어요”
“망고나무 열매 열리면 또 올래요 ”
나무심고,수도관 깔고… 고된 만큼 보람도 한아름

중고생 33명으로 구성된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청소년 자원봉사단이 지난 4~15일,10박 11일에 걸친 캄보디아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10년 뒤 내모습’을 주제로 글을 보내온 중고생들 가운데 우수한글을 쓴 학생들로 구성됐다. 영어캠프나 해외 문화체험 캠프를 마다하고,‘돈 내고 사서고생하러’ 캄보디아로 간 청소년들은 과연 현지에서 무슨 일을 했을까. 따가운 햇볕 아래 마른 공기를 마이며 구슬땀을 흘린 아이들이 발견한것은, 다름아닌 ‘다른 이를 소중히 여길줄 아는 자랑스런 나 자신’이었다.

학생들은 프놈펜에서 가장 주거 환경이 열악한 스텅미언저이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 생필품을 전달했다.
학생들은 프놈펜에서 가장 주거 환경이 열악한 스텅미언저이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 생필품을 전달했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인사 나눌 준비도 채 못했는데, 손을 잡아 끌고 등에 올라타고 품에 안긴다. 가만히 보니 모두 맨발이다. 울퉁불퉁한 흙 길에 군데군데 유리조각도 눈에 띄건만, 아이들은 학교 안팎을 신도 안 신고 잘도 돌아다닌다.

캄보디아 프놈펜 스텅미언저이에 있는 호산나학교에는 유치원부터 초등 5학년에 이르는 150여명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스텅미언저이는 ‘승리가 있는 호수’라는 뜻인데, 사실 이 지역은 ‘승리’와 거리가 멀다. 학교 주변에는 하루 소득이 미화 1달러도 안되는 빈민들이 모여 산다. 먹을거리도 충분치 못한데다 온갖 오물이 떠다니는 호수 위에 수상가옥을 짓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는 형편이라, 주민들의 건강은 몹시 나쁜 상태고 에이즈로 고통받는 이들도 더러 있다.

호산나학교는 6년 전, 거리에서 구걸을 하거나 고물을 주워 생활비를 보태는 빈민가 아이들을 위해 한국인 선교사 정순영씨가 주축이 돼 설립한 학교다. 학교 앞 마당에 햇볕가림막 만들기, 놀이터와 학교 건물 외벽에 페인트 칠하기, 형편이 가장 어려운 집 방문해 생필품 전달하기…. 지난 4일 캄보디아로 건너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청소년자원봉사단 33명이 맞닥뜨린 첫 ‘임무’다.

학생들이 메콩강 유역에 살고 있는 베트남 보트피플을 찾아가 생필품과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다. 캄보디아인들이 육지로 올라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배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살아간다.
학생들이 메콩강 유역에 살고 있는 베트남 보트피플을 찾아가 생필품과 식료품을 나눠주고 있다. 캄보디아인들이 육지로 올라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배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살아간다.
이번 캠프는 2001년부터 매년 여름방학에 몽골·한국 초등생 공동 캠프를 운영해온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청소년을 대상으로처음 마련한 해외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세계교육부 김진하 과장은 “몽골 아이들과 함께 생활한 한국 아이들이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 친구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배울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에 띄게 변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청소년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수평적으로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는 세계 시민으로 자라는데 구체적인 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껴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10박11일에 이르는 캄보디아 자원봉사캠프는, 이러한 ‘기획 취지’에 걸맞게 굳센 체력과 강인한 의지 없이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빡빡하다. 나무심기, 수도관 설치, 거리 아이들 목욕 시키기, 노숙자들에게 밥 나눠주기, 빈민가 주민들과 베트남 보트피플에게 생필품 전달하기…. 아이들은 쇼핑과 관광이 엄격히 배제된 이번 일정에 참여하면서 항공료와 체류비 이외에 한 사람당 3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냈다. 봉사단이 전달하는 생필품 등은 모두 학생들의 기부금으로 마련된 것이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사서 고생하러 가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어떤 기대를 했을까. “엄마가 생각 좀 바꿔가지고 오라셨어요.” 이현경(개포고 2학년) 양은 장기 해외봉사를 떠나겠다는 말에 부모님이 반색을 하셨다고 했다.

유니세프 캄보디아 자원봉사 캠프는 10박11일 동안 나무심기, 수도관 설치, 거리 목욕 봉사 등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낯선 환경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했지만, 아이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뛰어노는 시간만큼은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유니세프 캄보디아 자원봉사 캠프는 10박11일 동안 나무심기, 수도관 설치, 거리 목욕 봉사 등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낯선 환경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해야 했지만, 아이들과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뛰어노는 시간만큼은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되는 강행군. 난생 처음 해보는 일 투성이인 봉사활동 일정에 아이들은 틈만 나면 골아떨어진다. 1m도 넘는 깊이로 화장실 구덩이를 파느라 한 나절 가량 삽질을 하고 나면 팔목과 허리가 시큰거린다. 새로 지을 학교 부지에 나무를 심던 날은 담벼락만 덜렁 있는 허허벌판을 망연자실 바라보았고, 프놈펜 인근 그랑돈데 마을에 있는 ‘꼬마비전센터’에 수도관을 설치하던 날은 바싹 마른 땅에서 흩날리는 모래 먼지와 종일 씨름했다. 축구와 달리기, 수건돌리기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까지 동원해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학교 봉사동아리에서 꾸준히 자원봉사활동을 했다는 오세훈(태릉고 2학년)군도 “낯선 환경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고된 캠프에 참여하면서 학생들이 느낀 점은, 캠프에 보내면서 ‘가진 게 얼마나 많은 지 실감하라’던 부모들의 기대를 넘어서는 듯 하다. 이현경양은 “가난하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빈민가 아이들과 부모들의 표정이 오히려 서울 사람들보다 더 밝았는데, 그걸 보면서 다른 이들의 삶을 내 멋대로 판단하고 불쌍하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이름을 외는데 으뜸일 정도로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낸 홍연종(개포고 2학년)양은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내 장점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자원봉사는 내가 남에게 무언가 베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받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번 캠프를 총괄한 세계교육부 김경희 부장은 “자원봉사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하는 기회”라고 했다. “열린 마음과 창의성, 리더십, 책임감같은, 학교 공부를 하면서 지나치기 쉬운 덕목들을 자기 안에서 끌어내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차례나 나무 심기에 실패한 팍팍한 땅에 또 나무를 심고 거름을 주고 물을 부은 뒤, 아이들은 학교 담벼락 위에 올라가 끝없이 펼쳐진 벌판을 바라보았다. “나무가 자라 그늘을 만들고 망고나무에 망고가 열리면 꼭 다시 올거예요.” 김미주(부산국제외고 2학년)양은 국제기구 자원봉사자가 될 결심을 굳힌 듯 하다.

캄보디아서 만난 한국인

“교민들 학교건립 기여 현지인들 친밀감 커”

대사관 김인국 영사

한국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차 캄보디아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김인국 영사가 저녁 시간 학생들을 찾았다. 김 영사는 캄보디아의 현실과 현지 교포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전해줘 학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캄보디아는 입헌군주국인데, 왕실은 북한과 긴밀하고, 훈센 총리를 비롯한 정부는 남한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48달러로 외국 원조에 많은 부분 의지하고 있는데, 최근 최근 한국을 경제 발전의 모델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배우려 하고 있죠. ”

지난해 캄보디아를 찾은 관광객 170만명 가운데 한국인 관광객은 28만명이나 되고, 해마다 크게 느는 추세다.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에 제공한 무상원조는 700만달러 정도이며, 프놈펜 외곽에 과학기술대학을 짓고 시설과 인력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캄보디아를 돕고 있다. 경상북도와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앙코르-경주 세계문화엑스포’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열렸는데, 캄보디아 최초의 엑스포여서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 김 영사는 “한국 교민 수는 2천여명인데 교민들이 학교를 세우는 등 기여하는 부분이 많아 캄보디아인들이 한국에 친밀감을 갖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자원봉사활동이 이런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건·우기때 재배 가능한 옥수수 개발중”

‘옥수수박사’ 김순권 교수

예정에 없던 만남이 현지에서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북한 등지에서 지역에 적합한 옥수수 품종을 개발·보급해 ‘옥수수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경북대학교 김순권 교수가 학생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으로 새로운 옥수수 품종 개발에 나선 김 교수는 요즘 수시로 캄보디아를 찾는다.

“캄보디아는 인구의 80% 이상이 농민인 농업국가입니다. 그런데 우기엔 6개월 동안 땅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 베트남처럼 2모작, 3모작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홍수와 가뭄에 강해 건·우기에 모두 재배 가능한 옥수수를 개발해 캄보디아는 물론 베트남·라오스 등 주변 인도차이나 국가들에 공급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김 교수의 연구를 위해 50㏊ 규모의 토지를 70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했다. 김 교수는 2005년 12월부터 12차례 옥수수를 심어 가꾸면서, 이 지역의 고질적인 옥수수병인 ‘노균병’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은 상태다.

“나는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게 사는 일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했지요. 이 곳에 온 청소년들은 당장 어느 대학에 진학하겠다, 반에서 몇 등을 하겠다는 작은 꿈 말고, 나 한 사람 때문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도록 해보겠다는, 큰 꿈을 꾸기 바랍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프놈펜/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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