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세상을 바꾸다 1,2
우리 시대의 도전 아이콘 한비야. 걸어서 지구를 세바퀴 반 돌았다는 그의 책은 어느덧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에게 권해주는 필독서가 됐다. 그녀처럼 도전 정신을 갖고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여성 8명의 이야기가 두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비루테 갈디카스, 실비아 얼, 리고베르타 멘추 툼 등 어느 나라 사람인지조차 알기 힘든 낯선 이름들이지만, 저자는 그들의 삶을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평화와 인권’이라는 두 개의 주제로 촘촘하게 엮었다.
제1편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다>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를 온 힘을 기울여 개척한 여성 과학자 네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잉카의 후예들이 사는 페루 남부 나스카 사막, 이곳에 있는 새, 원숭이, 거미 따위의 동물 문양과 삼각형, 화살표, 나선 무늬 같은 기하학적 형상의 거대한 문양을 연구했던 금발의 독일인 마리아 라이헤. 찰스 다윈이 “자연이 만든 온실”이라고 놀라워했던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서 붉은 유인원 ‘오랑우탄’을 연구했던 비루테 갈디카스.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 연구자 실비아 얼. 여덟 번째 대륙으로 불리며 이름마저 생소한, 숲의 천장 ‘우듬지’에서 숲 보존의 필요성을 열정적으로 전파한 마거릿 로우먼. 죽는 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현재도 도전하고 있는 네 여성의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제2편 <여성, 평화와 인권을 외치다>에는 원주민으로서 인권 운동을 하는 리고베르타 멘추 쿰, 핵 반대 운동을 하는 의사 헬런 캘디컷, 나무를 지키는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북아일랜드의 평화운동가 매어리드 코리건 마기르 등 더불어 인간적 삶을 살고자 했던 네 명의 열성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인물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이들 여성들이 천착했던 분야에 대한 정보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슬픈 역사를 가진 북아일랜드의 역사와 나스카 문양의 최근 현황, 전 세계 우듬지 연구와 보존 현황 등이 짤막하나마 알기 쉽게 정리돼 있다. 책을 함께 쓴 두 명의 저자들은 책머리에 “뚜벅뚜벅 내딛는 걸음과 낮고 단호한 외침이 세상을 바꾼다”고 적었다.
박현주·신명철 글 낮은산/각권 9500원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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