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비문학
지금처럼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쌩쌩 부는 한겨울 화롯가에서 군밤을 구워먹으며 듣던 그 옛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달짝지근하고 구수했다. 누가 언제 지었는지 모르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런 옛이야기를 설화라고 부른다. 일을 하거나 의식을 치르거나 놀 때 부르는 민요, 광대가 고수의 북장단 소리에 맞춰 이야기를 소리와 아니리로 엮고 발림을 곁들여 전하는 민속악, 무당이 굿판에서 신의 대리자로서 말하는 무가, 놀이판에서 탈춤과 인형극을 통해 펼쳐지는 가면극 역시 설화와 마찬가지로 구비문학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구비문학은 기록문학과 달리 나이, 신분,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맘껏 즐길 수 있는 문학이었다. 따라서 정해진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삶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선조들의 생활 모습과 지혜가 가장 온전한 형태로 담겨 있다.
오랫동안 옛날 이야기와 옛 노래를 연구하고 즐겨온 저자가 직접 채록했거나 구수한 입말로 재구성한 이야기가 속 노란 호박고구마처럼 온 몸에 사르르 녹아드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김문태 글, 백남원 그림. 산하/1만2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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