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교사의 인문사회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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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어진 본성에 따라 기계적으로 행동하지 않음을 뜻한다. 구체적인 인간은 전적으로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도 않다. 그러나 인간을 선하게 하거나, 적어도 덜 악하게 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선한 행동을 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 착한 사람이 악하게 되었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여 선한 본성을 되찾도록 해야 하고, 인간이 본질적으로 악하다면 그 악이 심화되지 않도록 억제해야 할 것이다.-<윤리와 사상>(교육인적자원부) 24쪽
책임이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그들에게 향하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책임은 서로를 보살피고 관심을 가져야 할 우리의 적극적인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나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이 적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시민 윤리>(교육인적자원부)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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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더 많은 자유에는 더 많은 책임이 수반된다고 할 수 있지. 사회적으로 가진 자, 누리는 자에게 더 많은 도덕적 의무를 요구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어. 우리는 흔히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지. 이 말은 본래 “귀족은 귀족다워야 한다”라는 프랑스 속담 “Noblesse oblige”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사회의 지도적인 지위에 있거나 여론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도덕적·정신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지.
로마 제국은 역사의 중심에 위치하면서도 무려 2천년이나 존속했어. 이렇게 로마 제국이 오래 계속된 이유를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해석해. 일개 도시 국가였던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지중해와 세계에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갈 때, 이에 위기감을 느낀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와 충돌하게 됐지. 기원전 246년부터 146년까지 3차에 걸쳐 일어난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의 귀족들은 평민보다 앞서 전쟁세를 내고, 싸움터에 직접 나가 전투를 치렀어. 국고가 바닥나자 전시 국채를 발행해, 원로원 의원과 정부 요직에 있는 이들과 부자들에게만 사도록 해 평민의 부담을 없앴어. 이를 본 평민들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냈고 전쟁에 참여했지. 바로 이러한 정신이 로마를 세계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컸던 나라 중 하나로 만들 수 있었던 거야.
이러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은 서구 상류층의 전통으로 자리잡게 되었어. 실제로 제1차 세계 대전과 제2차 세계 대전 중 영국의 이튼 스쿨 출신 가운데 2천여 명이 전사했지. 이 학교는 영국의 상류층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였어. 뿐만 아니라,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류 왕자는 포클랜드 전쟁 때 위험한 전투 헬기 조종사로 참전하기도 했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6·25전쟁 때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지. 미군 장성의 아들이 142명이나 참전해 35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으니까. 철강왕 카네기, 석유 재벌 록펠러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갑부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미국 부자들의 자선 기부 문화도 이런 전통을 물려받은 거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은 귀족의 역사가 긴 유럽 사회에서 유래됐으며 오늘날 유럽 사회 상류층의 의식과 행동을 지탱해 온 정신적인 뿌리라고 할 수 있어. 귀족으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귀족 가문의 불문율인 셈이야.
그런데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서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해. 한편에서는 그것을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는 상층 집단의 규범적 태도로 평가하지.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상층 집단의 보수주의적 지배를 정당화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하기도 해.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윤리적 덕목과 부의 사회적 환원을 강조해 왔으며, 이것이 다름 아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을 이루어 왔다는 거야. 사실 유럽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오랜 역사 과정을 통해 민중의 비판과 견제를 받아들이는 편이 민중을 더욱 용이하게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을 상류 계층이 인식함으로써 그것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킨 것으로 보아야 해. 즉, 민중의 견제와 비판이 사회 상류층에게 자기 통제를 요구했고, 그것이 그들의 ‘고귀함’을 담보할 수 있게 했던 거야. 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 자기의 위치에 따른 책임을 자각하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윤리야.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다할 때 사회적 위치는 자연히 빛나 보이는 법이지. 그것이 귀족 사회를 지키려는 일종의 자구책일 수도 있지만, 도덕적 의무를 다하려는 지도층의 솔선수범 자세는 국민 정신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해.
어느 사회든 노블레스는 엘리트라는 이름으로 양성되고 형성돼. 문제는 그들에게 엘리트로서의 능력이 있는가와 사회적 책임 의식이 있는가에 있어. 민중의 비판과 견제를 수용한 엘리트들이 그에 상응한 능력과 사회적 책임 의식을 보여 줄 때, 비로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가능해. 소외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 정신, 봉사와 희생 정신을 갖춘 지도층은 교육을 통해 길러질 수밖에 없어. 아프리카에서 봉사와 헌신의 삶을 살았던 슈바이처 박사는 자녀 교육의 핵심은 “첫째도 본보기, 둘째도 본보기, 셋째도 본보기”라고 말했어. 존재의 고귀함을 추구하는 사회, 자신의 사회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긴장하는 사회, 자기 성숙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는 그럴 때라야 가능해지는 거야.
박용성/ <교과서와 함께 구술 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위 논제와 관련있는 기출문제(2004학년도 서강대학교 정시 논술)는 인터넷 한겨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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