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년을 맞은 아이들은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평소 자신과 다른 이들의 감정을 파악하고 표현하며 상황에 대처할수 있도록 ‘정서지능’ 훈련을 하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진은 초등학교 신입생 입학식에서 한 어린이가 옆반에 배정된 친구에게 말을 건네는 모습.<한겨레>자료사진
정서지능(EI),다양한 경험 통해 ‘쑥’↑
새학년 새학기를 앞둔 아이들의 마음 속에 기대와 설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는 데도 개인차가 있다는 점이다. 낯선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특성과 분위기를 잘 파악해 대처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개인의 ‘정서지능’과 관련있다고 말한다. 사회성, 리더십 등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지능은 어떻게 형성되며 이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상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것 못지 않게 좋은 평판을 받으며 자라길 원한다. 성격이 원만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자신감 있는 태도로 다른 이들의 신뢰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이 ‘정서지능’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정서지능은 학습 능력이나 지적 능력과는 별개이며 한 사람이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는 데 기초가 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친구와 관계맺기 피할땐
정서지능 문제있나 의심
방치땐 학습능력 떨어져
일기쓰며 심리변화 점검
또래와 협동작업도 효과 새학년을 맞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대부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능력은 저마다 다르다. 분위기 파악을 잘 하고,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은 비교적 빨리 적응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겉돈다. 서울발달심리상담센터 권영민 부소장은 “형제자매 없이 홀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부모에게 지나치리만치 존중을 받으면서 자라지만, 가족이 아닌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 존중감을 갖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더불어 생활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정서지능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으나 다양한 관계맺기 경험을 통해 상당부분 형성되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권 부소장은 “온 동네 아이들이 골목길에 모여 각종 놀이를 하며 투닥거리는 동안 길러지는 것이 바로 정서지능”이라며 “학업 성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결과만 따지고 과정을 소홀히 여기는 풍토, 부모가 짜 놓은 일정에 따라 아이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요즘 상황에서는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서지능은 이렇게 홀대를 받아야 할 만큼 부차적인 능력이 아니다. 곽금주 교수는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들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탐색하고 도모할 줄 안다. △기쁨, 분노, 공포, 외로움 등 자신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파악하고 표현하며 조절할 줄 안다. △이러한 감정 조절을 통해 어려움을 참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워 성취할 수 있다. △다른 이의 몸짓과 표정, 말을 통해 상대의 감정을 읽고 판단해 대처할 수 있다.
정서지능은 우선 다른 이들과 무리없이 어울리고 남을 배려할 줄 안다는 점에서 사회성이나 리더십 같은 덕목과 긴밀한 관계가 있지만, 좀더 나아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자제력, 인내심, 성취감과도 연결된다.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도 정서지능에 문제가 있지만, 숙제를 미루거나 스스로 한 약속을 자주 어기는 아이도 정서지능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최근 각종 심리상담실이나 학습능력증진클리닉에서 정서지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정서지능이 일상 생활뿐 아니라 학습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서지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하나같이 ‘다양한 경험’을 꼽는다. 정서는 지식과 달라서 책을 읽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들여다보거나 상대의 느낌을 파악하기 위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는 등 ‘훈련’이 필요하다. 곽 교수는 일상 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훈련 방법으로 △일기를 쓰면서 하루 동안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정리해 보는 것 △최근 아이들 대상으로 출간되는 심리·감정 조절 관련 책이나 각종 동화, 드라마, 영화 등을 함께 보면서 인물들의 감정처리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같은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 지 상상해 보는 것 △화가 나거나 충동을 느낄 때, 불안하고 조급할 때 등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개발하는 것(예 : 화가 나면 심호흡을 세 번 하고 물을 한 컵 마신다.) 등을 꼽았다. 곽 교수는 “또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면서 다양한 협동 작업을 해 보는 것이 가족 안에서 하는 훈련보다 훨씬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감정 훈련’ 스승이 되어 스스로 배우고 가르친다.
예비 초등생 부모를 위한 지침- 입학 불안 해소 방법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지우(서울 중구 신당동)는 요즘 길을 잃는 꿈을 자주 꾼다. 낯선 곳에 홀로 남겨졌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해 몹시 애를 쓰는 꿈이다. 서울발달심리상담센터 권영민 부소장은 “새학년을 맞는 아이들이 불안을 느끼고 이런 심리상태가 꿈으로 표현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불안이 지나쳐 학교 거부증, 혹은 학교 공포증으로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이는 드문 경우다.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예비 초등생들의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정서지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권 부소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아이의 불안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아이가 걱정거리를 말할 때 “아무일도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막연하게 안심 시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걱정은 ‘왕따’ 같은 심각한 문제보다 ‘학교 화장실에 못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이다. 부모가 보기에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그럴 수 있겠다”고 인정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상황을 설정해 문제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미리 생각해두면 불안한 마음도 줄고 실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교실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혹은 ‘덩치 큰 친구가 시비를 걸면 어떻게 하나’ 등 아이의 다양한 고민거리를 토대로 상황을 설정하고, 어떻게 말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 문제를 해결할 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역할놀이’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부모와 아이가 상황에 따라 각기 주어진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해보는 것인데,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무심결에 하는 말에도 예민해지는 것이 초등 1학년 부모들의 특징이다. 아이에게 닥친 문제가 심각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는 날엔 부모가 더욱 흥분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고 다시는 그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 아이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부모가 먼저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무조건 환영해 준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평소보다 훨씬 반갑게 맞아준다. 부모에게는 사소해 보여도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이들에겐 전쟁을 치르는 것이나 같다. 무사히 돌아왔으니 장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으로 안아주면 아이가 집단 속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평소 느끼는 기쁨,슬픔,분노 같은 감정을 스스로 차악하고 표현할수 있도록 유도하면 정서지능은 자연스레 높아진다.사진은 감정 놀이에 활용하는 감정카드/ 윤문식기자
또래와 협동작업도 효과 새학년을 맞거나 상급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은 대부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능력은 저마다 다르다. 분위기 파악을 잘 하고,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은 비교적 빨리 적응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겉돈다. 서울발달심리상담센터 권영민 부소장은 “형제자매 없이 홀로 자라는 요즘 아이들은 부모에게 지나치리만치 존중을 받으면서 자라지만, 가족이 아닌 다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 존중감을 갖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더불어 생활하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정서지능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으나 다양한 관계맺기 경험을 통해 상당부분 형성되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권 부소장은 “온 동네 아이들이 골목길에 모여 각종 놀이를 하며 투닥거리는 동안 길러지는 것이 바로 정서지능”이라며 “학업 성적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결과만 따지고 과정을 소홀히 여기는 풍토, 부모가 짜 놓은 일정에 따라 아이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요즘 상황에서는 정서지능이 높은 아이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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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초등생 부모를 위한 지침- 입학 불안 해소 방법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지우(서울 중구 신당동)는 요즘 길을 잃는 꿈을 자주 꾼다. 낯선 곳에 홀로 남겨졌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해 몹시 애를 쓰는 꿈이다. 서울발달심리상담센터 권영민 부소장은 “새학년을 맞는 아이들이 불안을 느끼고 이런 심리상태가 꿈으로 표현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불안이 지나쳐 학교 거부증, 혹은 학교 공포증으로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이는 드문 경우다.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예비 초등생들의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정서지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권 부소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아이의 불안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아이가 걱정거리를 말할 때 “아무일도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막연하게 안심 시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의 걱정은 ‘왕따’ 같은 심각한 문제보다 ‘학교 화장실에 못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이다. 부모가 보기에 사소한 문제일지라도 “그럴 수 있겠다”고 인정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상황을 설정해 문제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미리 생각해두면 불안한 마음도 줄고 실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교실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혹은 ‘덩치 큰 친구가 시비를 걸면 어떻게 하나’ 등 아이의 다양한 고민거리를 토대로 상황을 설정하고, 어떻게 말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 문제를 해결할 지 이야기를 나눠본다. ‘역할놀이’를 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부모와 아이가 상황에 따라 각기 주어진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해보는 것인데,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무심결에 하는 말에도 예민해지는 것이 초등 1학년 부모들의 특징이다. 아이에게 닥친 문제가 심각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는 날엔 부모가 더욱 흥분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고 다시는 그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 아이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준다. 부모가 먼저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무조건 환영해 준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평소보다 훨씬 반갑게 맞아준다. 부모에게는 사소해 보여도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이들에겐 전쟁을 치르는 것이나 같다. 무사히 돌아왔으니 장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으로 안아주면 아이가 집단 속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대처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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