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은 오래 가지 못한다
“교사와 학생이 존재로 만나 영혼을 교감하고, 나누는 말 한 마디에 슬픔과 기쁨이 묻어나며, 봄날 돋아난 새싹이 햇빛을 더 많이 받아 먹으려고 입술을 발씬거리는 것처럼 교육이란 사회적 행위를 통해 아이들 인격이 성장해감을 보는 것은 교사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깨끗한 기쁨이다.”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라고 한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옛말은 이제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20여년 동안 교단을 지켜온 충남 목천중학교 조재도 교사는 여전히 교육의 희망을 강하게 얘기한다. 중학교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일 년 동안 아이들과 살아온 얘기를 담은 <일등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으로 잘못된 교육 현실을 과감히 거부하고 참된 교육을 실천하려고 애썼던 그의 비장한 각오를 온전히 들을 수 있는 책이다.
그는 “교육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언제나 학생 개인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교육철학에서 그는 학급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학생 하나하나에 접근했다. 몇날 몇달 동안 무단결석을 하는 아이를 찾아 헤매고, 자신을 죽이려던 아이의 심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꼴찌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조 교사는 온전한 교육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학생에 대한 믿음’ 전략을 폈다. 전체적인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항목들을 제시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변하도록 유도했다. 따라서 그가 맡은 반의 급훈이 ‘스스로 하자’와 ‘자아 발견’이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알려줘라’는 격언에서도 알 수 있듯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러 관계 중에서 자신과의 관계 맺기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 교사는 강조한다. 그리고 스스로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일에 대한 비전(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왜냐하면 내적 독립성을 바탕으로 할 때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 교사의 교육관과 교육방법은 <교사는 어떻게 단련되는가>를 쓴 일본의 아리타 가츠미사를 떠올리게 한다. 가츠미사는 3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오직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매달려 연구하고 실천한 ‘교육 성인’이다.
조 교사는 책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교육’의 참의미를 깨닫게도 하지만, ‘성적 지상주의’ ‘무한 경쟁의 신화’ 등 깨부숴야 할 교육의 허상들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돈과 신분이라는 전근대적 성격의 메카니즘에 묶여 성적이라는 그릇된 신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학교에서는 자아분열적인 쪼가리 인간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내놓는다. 그는 경쟁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아존중감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 힘을 다해 무거운 바윗돌을 산 위로 굴려 올리지만 매번 그 바위는 저절로 멈추지 않고 다시 밑으로 굴러 떨어진다. 신화적 인간 시지푸스의 이야기다. 교사는 영원한 시지푸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가르침이 언젠가 아이들의 내면에 꽃필 거라는 보이지 않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실천해가는 조 교사의 삶은 이 땅의 교육종사자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것 같다.
조재도 지음. 삶이보이는창/8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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