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고달픈 삶에서 피어난 알콩달콩한 행복

등록 2007-03-04 16:20수정 2007-03-04 16:23

복실이네 가족사진

예나 지금이나 가족이 우리에게 던지는 느낌은 비슷하다. 짙은 추억과 가슴 벅찬 기쁨과 애잔한 슬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가족이 주는 독특한 정서와 느낌은 우리 삶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이런 가족을 작가 노경실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포근한 이불’같다고 표현했다.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 대한 얘기를 <복실이네 가족사진>에 담았다.

동화의 주인공 복실이는 바로 작가 자신이다. 복실이는 미군 부대에서 전기공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공장에 다니는 어머니, 세 여동생 및 막내 남동생과 같이 사는 소녀. 너나 할 것 없이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제대로 없던 시절, 복실이 가족이 살아가는 얘기는 겉보기엔 궁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 궁색함 속에서도 아이들은 행복을 만들어 낸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찍어먹기 장사를 하는 효돌이 가게에 들러 설탕과 소다가 섞여 달짝지근한 뽑기를 사 먹고, 목욕탕에서 호랑이 내복을 입고 장난을 친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텔레비전이 있는 만화방에 5원씩 내고 들어가 박치기로 유명한 레슬링 선수 김일의 시합을 보고,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가서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마치 ‘행복이란 이런 거야’라고 시위하듯 이 가족의 삶은 알콩달콩하다.

물론 잔잔한 행복 뒤에 간혹 아픔이 따라붙기도 하지만 그 또한 가족의 의미를 더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넷째 남실이가 급성폐렴을 앓지만, 병원에 갈 돈이 없던 부모는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그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고 만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지만, 그 시절에는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했던 일이었으리라.

복닥거리는 생활 한 켠에 끼어드는 복실이의 풋사랑 얘기는 약간 난데없기는 하지만 참 아름답다. ‘양은국자처럼 가난하지만, 마음이 설탕처럼 달콤한 아이’ 효돌이와 밖에서 돈벌이를 하는 부모를 대신해 온갖 집안 일과 동생들 뒷바라지를 도맡아 하는 복실이의 사랑…. 그래서 이 가족의 얘기는 또 한번 따뜻함을 더한다.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한 현대인의 삶에서 과연 세상 무엇을 줘도 바꾸지 않을 훈훈한 행복감을 저마다 마음 속에 가지고 살아가는 복실이네 가족은 몇이나 될까?

노경실 글, 이혜원 그림. 산하/8천원.

박창섭 기자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