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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생활속 소재,글쓰는 재미 ‘쏠쏠’

등록 2007-03-04 17:52

이영발 서울 문영여고 교사가 2학년 국어시간에 모의면접 수업을 하고 있다.
이영발 서울 문영여고 교사가 2학년 국어시간에 모의면접 수업을 하고 있다.
영화·광고·유행어 등 매체속 소재
뜯어보고 비틀고 ‘요리조리’ 분석
정규수업 수행평가 ‘10년 내공’
우리학교 논술수업 짱 /

서울 문영여고 이영발 교사

지난해 11월 교육방송(EBS)의 인기 프로그램 ‘지식채널-e’의 인터넷 게시판에 <문영2>라는 문패를 단 시청자 소감문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이날 하루에만 27편의 소감문이 게시판에 쌓였고, 그 뒤에도 열흘 동안 소감문이 날아들어 모두 400여편에 이르렀다. 제작진은 급기야 방송 소감문을 위해 따로 ‘시청자 소감문’이라는 코너까지 만들었다.

<문영2>는 서울 관악구 문영여고 2학년이라는 뜻으로, 소감문은 이 학교에서 ‘국어 생활’을 가르치는 이영발(37·국어) 교사가 학생들에게 내준 수행평가 과제였다. 이 교사는 “여기 올라와 있는 글을 보면 알겠지만, 학생들은 흥미롭거나 감동적인 주제를 던져주면 상당히 긴 분량의 글도 매끄럽게 잘 써낸다”며 “학교 과제물을 왜 이곳에 올리느냐는 지적도 일부 있었지만 그보다는 학생들의 날카로운 시각이 놀랍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3학년 설혜민(18)양은 “색다른 수행평가라 기억에 남는다”며 “재미있는 소재들을 다루다보니 글쓰는 데도 재미가 붙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처럼 평소 정규 수업시간에 글쓰기를 통해 논술 교육을 해오고 있다. 그가 무엇보다 신경쓰는 것은 10여년 전, 아직 용어조차 생소할 때부터 해 온 수행 평가다. 영어·수학은 잘 못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능력 만큼은 학교에서 충분히 배워야 한다는 게 이 교사의 생각이다.

글쓰기에 재미를 못 붙이는 학생들을 가르쳐 웬만한 주제에 대해 A4 2~3장 분량의 글을 쓰게 하려면 치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이 교사는 학생들 눈높이에서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소재들을 수행평가의 주제로 삼는다. 영화 예고편이나 포스터, 유행어, 광고,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이 그것이다.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깊숙이 들여다보거나, 비틀어 보고, 멀리 떨어져 보면서 분석하도록 한다. 그는 “수행평가 소재를 영화, 광고, 유행어,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 주로 매체에 관한 것에서 고르는데, 학생들은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을 새로 고민해 보면서 글쓰기에 흥미를 갖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자세한 설명과 시범. 글쓰기 교육이 실패하는 것은 대개 ‘무엇을 쓸 것인가’에만 관심을 쏟고, ‘어떻게 쓸 것인지’는 자세히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소재도 소재지만 그것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사전에 분석틀이나 색다른 시각들을 충분히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영화 예고편 분석을 위해 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시한 항목을 살펴보면 이런 노력들이 묻어난다. 그는 학생들에게 ‘왜 이 영화에 이 배우가 등장하고, 그의 연기력이나 이미지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상, 머리모양, 장신구 따위는 무엇을 뜻하는지’를 세세하게 고민해 보라고 요구한다. 사전에 먼저 학생들에게 세세하게 시범을 보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학교 3학년 김영주(18)양은 “광고를 한컷한컷 잡아 분석해 본 적이 있는데 무척 재밌었다”며 “이런 경험이 작은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분석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교사가 이날 보여준 수행평가 자료를 보고 ‘이거 잘 한 학생들 것만 추린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 교사는 “중간 수준 학생들”이라며 “다들 놀라는데 특히 학생들은 소재와 접근 방식을 어떻게 하느냐에 글쓰기가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체 활용 논술수업

학생글 돌려서 보고

바둑 해설하듯 첨삭

이영발 교사는 지난해 수준별 보충수업을 통해 논술 수업을 진행했다. 이 교사가 논술 수업 시간에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학생들 글을 첨삭하는 과정이다. 우선 그는 이름을 가린 채 글을 전부 복사해서 모두가 읽게 한다. 다양한 글을 읽음으로써 학생 스스로 주제에 대해, 또 자신의 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끝난 뒤 투표를 통해 잘 쓴 글 세 편을 추려낸다. 그런 뒤 이 세 편의 글을 빔 프로젝트로 보면서 함께 첨삭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교사는 “마치 바둑 해설 하듯이 학생들과 함께 이 단어, 저 문장을 바꿔 보면서 첨삭을 해나간다”며 “이렇게 한바탕 첨삭을 하는 데만 3시간 정도 걸리지만 한 번 하고 나면 학생들 실력이 부쩍 느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학생들 글에 대한 개별적인 첨삭은 나중에 따로 이뤄진다.

이 교사는 논술 수업에서도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이 교사가 이런 매체 연구에 관심을 쏟은 것은 지난 1997년 전국국어교사모임의 ‘매체 연구부’에서 활동하면서부터다. 영화, 광고, 드라마, 뉴스, 뮤직비디오, 인터넷 등 모든 매체들이 이 교사의 연구 대상이자 수업 소재이다. 매체 수업에 대한 열정으로 그는 다양한 책의 집필자로도 참여했다. 지난 2001년부터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펴낸 대안 국어교과서 <우리말 우리글>, <삶의 시 삶의 노래> 등이 그런 책들이다. 그는 “앞으로 논술 교육에서도 매체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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