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도둑
이야기는 농부 집 마당에 놓여 있는 케이크를 생쥐 두 마리가 훔쳐가면서 시작된다. 농부 부부는 생쥐를 뒤쫓는다. 쇠스랑을 들고 앞치마를 두른 채로. 물을 건너고, 숲을 지나고, 산을 넘는다. 농부 부부의 도움 요청에 다른 동물들도 무더기로 생쥐들을 쫓는다. 그런데 돕겠다고 나선 아기 돼지가 절벽 끄트머리에서 그만 떨어지고 만다. 그 순간 학이 날아와 아기 돼지를 살린다. 그리고 농부 부부도 도둑 생쥐들을 잡는다. 농부 부부는 되찾은 케이크를 도와준 동물들과 같이 나눠 먹는다.
줄거리는 이렇다. 하지만 책 어디를 봐도 이런 내용이 쓰여 있지는 않다. 그림밖에 없다. ‘진짜배기 그림책’인 셈이다. 그림은 글자와 달리 내용을 하나로만 전달하지는 않는다. 큰 줄거리야 비슷하게 나올지 몰라도, 세부적 내용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예컨대, 농부 부부가 생쥐들을 뒤쫓는 장면 곳곳에는 개구리들이 공을 차고, 돼지 가족이 소풍을 가고, 너구리 부부가 술을 마시는 그림이 숨어 있다. 이런 그림마다 “뻥!” “엄마, 우리 어디 가?” 등의 대사를 넣어 읽으면 된다. 기발한 창의성이 빛나는 책이다. 데청 킹 지음. 거인/9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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