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큰애기 복순이
‘큰애기’. 결혼할 때가 다 된 여자를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50년 전만 해도 경상도에선 소녀가 열서넛만 넘으면 이렇게 불렀단다. 지금은 늙어버린 복순이 할머니가 예쁜이라는 말에 귀까지 빨개지던 큰애기 시절을 담았다. 1940~50년대 우리 현대사의 가장 거칠었던 부분이 빨리 전개된다.
가까이 지리산을 두고,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는 곳에서 복순이네는 꽤나 있던 재산을 독립군에 기부한 채 근근히 살아간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지만 이곳이라고 우리 현대사의 모순과 아픔을 피하지는 못한다.
독립운동을 하던 막내 오빠는 해방이 된 뒤 ‘보도연맹’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고, 한때 일본 순사의 끄나풀 노릇을 했던 당숙뻘 되는 덕만인 오히려 대한민국 순경이 돼 돌아왔다. 새어머니는 여기에 항의하다 싸늘한 주검이 된다. 막내 오빠 심부름을 했다가 곤경에 처하게 된 복순이는 한동안 시집간 큰언니 집에서 군식구로 얹혀 지내고, 돈 벌러 일본에 간 복순이 친구 순덕이는 정확히 묘사되진 않지만, 일본군 위안부 역할을 했던 듯, 미쳐서 돌아온다. 사람들은 삶에 깊숙히 침범하는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그저 묵묵히 살아낸다.
침략과 해방, 분단과 전쟁 등이 치열하게 이어지던 시대를 작가는 토속적 정서와 서정적 문체로 풀어낸다. 감자 두 쪽으로 표현되는 큰애기 복순이의 소박한 사랑, 전형적이지 않은 새어머니와 복순이의 따뜻한 관계, 전쟁통에 불어난 군식구들을 대하는 큰언니네 안사돈의 속 깊은 마음씨 등은 유채화풍의 책 분위기를 수채화풍으로 바꾼다. 책 중간중간 등장하는 파스텔톤 삽화도 이런 분위기 변화에 큰 구실을 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는 열 살 무렵, 무릎을 베고 누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는 체험학교, 역사기행 같은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10년 넘게 교실 밖 글쓰기를 하고 있다. 김하늘 글, 장호 그림. 문학동네/9500원.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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