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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나’를 찾아 떠나는 13살 하이디

등록 2007-03-11 15:15

정신지체 엄마의 단어는 23개
엄마만 아는 ‘쑤우프’는 뭘까
길 떠난 딸 진실을 발견하다
내가 읽은 한 권의 책 / 쑤으프, 엄마의 이름

좋은 동화는 시를 품고 있다. 시처럼 간명하고 함축적인 표현으로 삶의 진실을 드러내며, 시처럼 은유적이고 상징적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 <쑤우프, 엄마의 이름>도 그러하다.

한 아이가 있다. 아이의 엄마는 말할 줄 아는 단어가 23개밖에 안 된다. ‘좋아’ ‘안 돼’ 같은 평범한 말들과, 딸의 이름인 ‘하이디’ 그리고 자신의 이름인 ‘쏘비잇(So Be It)’.

“진짜로 네 엄마 이름이라면, 그렇게도 착한 영혼을 세상에 내어놓고서 그런 이름 같지도 않은 이름을 지어준 사람은 평생토록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옆집의 버니 아줌마가 말한다. 쏘비잇은 끝, 아멘이라는 뜻이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하는 말. 사실 하이디와 쏘비잇이 진짜 이름인지도 알 수 없다. 태어난 지 일주일쯤 되어 보이는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정신지체 장애인에게서 간신히 알아낸 이름이니까.

그러나 이름이 무엇이고 어디서 왔든, 그녀들의 존재 자체가 진실이며 축복이다. 그리하여 버니 아줌마는 엄마를 이렇게 부른다. “우리 소중한 꽃 한 송이” 또는 “우리 소중한 사람” 하고.

버니 아줌마는 광장공포증 환자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갑자기 그런 증세가 생겼다. 아파트 두 집 사이 얇은 나무 문틈을 뜯고, 버니 아줌마가 모녀를 돌봐주게 된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도 저도 아닌 허구적 장치일 뿐일까. 하지만 인생에는 드라마보다 극적이고 소설보다 기막힌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리라. 삶의 경이와 신비. 작아짐으로써 크게 나눌 수 있음의 역설.

그런데 하이디와 버니 아줌마가 도저히 알 수 없는 단어가 있다. 쑤우프. 오직 엄마만 아는 말. “쑤우프가 뭐지?” 13살 하이디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진다. 나는 누구지? 어디서 태어났고, 내 이름은 누가 지었지?


단서가 되는 몇 장의 사진을 들고 하이디는 마침내 홀로 먼 여행을 떠난다. 그 길에서 많은 것을 만난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자기 자신, 엄마의 진짜 이름, 그리고 쑤우프,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을.

‘사람들이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공룡은 파란색이라면 파란색이고, 갈색이라면 갈색이다. 누군가 그것을 사실로 알든 모르든.’

이 책의 첫 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작품 전체를 관류하는 주제이리라. 그러나 중심 음을 에워싸고 얼마나 많은 화음이 섬세하게 어우러지고 있는지! 그러므로 이 책을 장애인의 성과 사랑을 다룬 이야기라든지, 성장 동화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누가 무어라 이름 붙이든, 진실은 변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선안나/동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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