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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내신·논술에 집중했는데…우리가 ‘마루타’냐”

등록 2007-03-15 19:17

수능 중심 전형에 혼란 휩싸인 고3교실
대학 주장과 달리 입시부담은 줄지 않을 듯

“1학년 때부터 내신이 등급제로 바뀌는 바람에 시험 때마다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논술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한다기에 지난 겨울방학 때에는 논술학원에도 다녔고요. 그런데 결국 수능 준비만 열심히 했으면 되는 거였네요?”

서울 ㄴ고 3학년 김아무개군은 15일 “또 속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험생들이 어른들의 ‘마루타’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 대학 수학능력 시험(수능) 성적을 중요한 전형요소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저주받은 89년생’ 고3들과 교사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장단에…”=서울 ㄷ고 3학년 조아무개양은 “내신 등급을 한 등급이라도 높여보려고 친구들한테 공책도 안 빌려주는 등 1학년 때부터 내신에 목숨을 걸었는데, 막상 대학들의 발표를 접하니 이용당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조양은 “우리 학교는 서울시내 학교 중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편인데, 수능이 중요해진다고 하니까 다들 희망 대학을 한 단계씩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혹스럽기는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8년째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서울 성심여고 성백영 교사는 “지금까지 강조해 온 것과는 달리, 수능이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가 되고, 내신은 찬밥이며, 논술은 수능을 잘 보고 난 뒤에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예상 밖의 입학전형계획이 발표돼 혼란스럽다는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고3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열린 트라이앵글’ 될까=한 가지만 잘 해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대학 쪽의 설명과는 달리, 입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서울 ㅇ여고 3학년 구아무개양은 “어제 학원에 갔더니 선생님이 ‘수능에서 영역별로 골고루 좋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다 재수생들과 경쟁하려면 밤잠 줄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하더라”며 “게다가 수능 등급이 같은 아이들과 경쟁하려면 논술도 잘 해야 하고, 수시에 지원하려면 내신도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수능 우선 선발 전형만 바라보고 논술과 면접, 내신 등 다른 전형요소를 소홀히할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여러 번의 기회를 노리려면 여러 대학의 여러 전형을 염두에 두고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어차피 학생들 처지에서는 입시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잠신고 김학윤 교사도 “대학들의 ‘열린 트라이앵글’ 주장은 대한민국 고3들의 입시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고 일축했다. 반면, 서울 ㅁ여고 3학년 백아무개양은 “최상위권은 모르겠지만, 중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 중에는 오히려 입시가 단순해져 좋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일단 수능 등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논술은 수능 끝난 뒤 두 달 동안 집중적으로 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종규 이미경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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