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들만의 역사에 고함…‘광해군’을 읽고
우리들이 읽었던 책 속 인물들은 대부분 역사서에서 승리자로 기록되어 있는 이들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역사와 위인들에 대해서 교훈을 얻고 싶다면, 승자 뿐 아니라 패자들에 대해서도 공부해야만 한다. 역사서에 패배자로 기록된 그들은 어떠한 실패를 하여서 패자가 되었으며 그 결과 어떠한 말로를 보내게 되었는가? 그 의문에 대해 답하지 못한다면, 역사서에서 얻은 교훈은 반쪽 짜리에 불과하다.(중략)
나는 실패한 군주인 광해군의 일대기에서 신선한 교훈을 접하며 그의 삶에 매료되었다. 중립외교를 취해 나라의 실익을 꾀한 외교가의 모습 외에도 왜란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을 위해 측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허준의 <동의보감> 편찬을 지원한 그의 과감한 모습이나, <동국여지승람>을 펴내 충신열녀의 공을 기리고 전란 뒤 민심을 추스르는 자비로운 군주의 모습에 감탄했다.
그러나 광해군의 치적은 이복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음으로 몬 일과 인목대비를 폐위시킨 실책 때문에 부각되지 못했고, 이후 측근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면서 결국 패주로 기록되고 말았다. 인조반정 뒤 그의 치적이 기록된 자료는 소실됐다.
눈부신 치적을 이루었지만 결정적인 한두 가지 과오를 범해 나락으로 떨어진 광해군을 보면서 오기가 치솟았다. 그 오기 덕분인지 학급실장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풍파를 넘었지만, 다행히 큰 실수 없이 해왔고 용기있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광해군이란 존재가 나에게 ‘거울’이 되어준 것이다.(중략)
낡고 소박한 거울이건 화려하고 호사스런 거울이건 간에, 거울은 우리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비추어 준다. 세종대왕이나 광개토대왕과 같이 화려하고 호사스런 거울로 자신을 비추며 승자의 뒷모습을 따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광해군과 같이 소박하고 낡은 거울로 자신을 비추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화려하고 호사스런 거울만 고집하는 역사가들에게 나는 “역사는 동전과도 같다”고 말하고 싶다. (중략) 역사가들이 동전의 양면을 보여줄 때, 우리는 과거의 실책과 과오를 되짚어 보고 현재를 바로잡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최정현/광주고 2학년)
■ 평 ■ 역사지식과 의미 동시보기 광해군에 관한 역사서적을 읽고 책 내용을 단순히 늘어놓는데 그치지 않고, 역사의 의미와 역사를 바로보는 법, 역사지식을 자기 삶에 적용하여 삶을 성찰하는 독서 자세가 매우 빛나고 소중해서 공감할 바가 많은 글이다. 박안수/광주고 교사, 문장 글틴 비평글 운영자 munj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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