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피, 희망의 기록
나치 체제 어둠속 희망 확인
1318책세상 / 클레피, 희망의 기록
“클레피, 희망의 기록”(푸르메 펴냄)은 2차대전 중 나치 지배 아래 놓인 체코슬로바키아의 부데요비체라는 작은 도시에서 유대인 소년들이 만든 “클레피”라는 ‘지하 신문’의 출간과 관련된 감동적인 실화를 다룬 책이다.
이야기는 신문의 기고자였던 요한 프로인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아, 전쟁이 끝난 지 20년 뒤에 신문 “클레피”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요한 프로인트와 부데요비체의 소년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보살핌과 좋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모험을 즐기며 성장해가다 히틀러의 침공으로 집과 학교를 빼앗기고, 공원과 놀이터를 잃으며 자유를 억압당한다. 예기치 않은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평범한 소년들이 비밀리에 신문 “클레피”를 만들어가며 어둠과 두려움에 마비되지 않고, 사랑과 삶을 지켜내는 위대함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안네의 일기에 버금가는 좋은 책이다.
부데요비체의 소년들은 생활을 억압당하자 제한된 구역에서 스포츠를 하며 억압의 고통을 풀어나간다. 그러다가 용기 있고 멋진 15살 소년 루다의 지도 아래 나치의 부당한 법령들에 소리 없이 저항하고, 유대인들의 결속감을 강화하기 위해 신문을 만들어 나간다. 인종학대라는 엄청난 시련 속에서 창조적인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는 신문을 통해 자신들의 삶이 무의미하지 않음을 외쳤던 것이다. “클레피”는 부인네들의 쑥덕거림을 뜻하는 ‘뒷말’이란 뜻으로, 창간 때 3쪽 분량으로 출발하지만 사람들의 열광적인 지지 속에 모든 소년들을 기고자와 애독자로 만들어가며 33쪽으로 늘어나고, 모두 22호까지 발간된다. 소년들은 시와 그림, 스포츠와 유머 넘치는 이야기, 또 진지한 사설로 신문을 채워가며 사랑과 우정이 담긴 삶을 확인하고 희망이 담긴 미래를 꿈꾼다.
사실 나치 치하 유대인들의 수난기는 해묵은 이야기가 됐다. 과거 유대인들이 겪었던 어떤 수난도 현재 이스라엘의 횡포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저항신문 “클레피”를 기록하며 절망과 싸운 소박한 소년들과 “클레피”를 지키기 위해 보여준 이웃들의 우정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유대인들이 절망의 벽에서 끝까지 수호하고자 했던 인간성에 대한 절규는 팔레스타인에서 진정한 평화와 공존이 가능할 때만이 비로소 그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이현숙/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 회원, 영등포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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