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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질문하는 엄마? 명령하는 엄마?

등록 2007-04-01 17:31

한 교사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묻고 답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 위즈아일랜드 제공
한 교사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며 묻고 답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 위즈아일랜드 제공
6살 딸을 둔 김희숙(34·경기도 고양시 대화동)씨는 집 안의 여러 물건을 보여주며 수시로 “이게 뭘까?”라고 묻곤 한다.김씨의 질문에 딸은 “둥근 해” “내 친구 얼굴” “파파로니 피자” “휴대폰” 등 생각나는대로 대답한다. 그러면 김씨는 다시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묻고 딸은 이런저런 설명을 갖다 붙인다. 김씨가 이렇게 질문법 교육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사고력과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 “처음에는 내가 먼저 질문했는데, 이제는 자기가 나한테 질문을 해요. 그리고 내 대답을 듣고는 자기 나름의 설명을 덧붙이죠. 생각하는 힘이 부쩍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우뇌 쑥쑥 크는 유아시기

틀에박힌 논술교육 창의성 죽여

논술 열풍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유아전문 논술학원을 찾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학교도 다니지 않는 아이들에게 논술교육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상에 대한 개념을 이제 막 형성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틀에 박힌 논술교육을 통해 오히려 획일적이고 직선적인 사고 습관을 형성할 우려도 있다. 놀이교육업체 위즈아일랜드 평생교육원 권이종 원장은 “우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7살 이전에 일방통행식 교육을 하는 것은 아이의 창의성을 죽이는 독과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틀에 맞춘 논술교육보다는 생활 속에서 대화와 질문을 통해서 아이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커가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다양한 시각으로 사물이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고, 논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엄마가 키워주는 굿모닝 초등사고력”의 저자 차오름씨는 “질문은 아이들의 머릿 속에 있는 생각의 불꽃을 터트리는 도화선 같은 것”이라며 “자녀의 사고력을 키워주는 엄마냐, 아니면 사고력을 죽이는 엄마냐의 갈림길은 ‘질문하는 엄마’인가, 아니면 ‘명령하는 엄마’인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자꾸 질문하세요

아이의 사고력이 깨어나요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을 던지자

질문법에는 비교적 정해진 형태로 대답하는 폐쇄형 질문법과 특정한 대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개방형 질문법이 있다. ‘1+1은 얼마인가?’ ‘파랑색과 빨강색을 섞으면 무슨 색이 될까?’라는 질문은 폐쇄형 질문이다. 답이 오직 한 가지고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의 사고력을 신장시키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반면 ‘개미가 소처럼 크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에게 날개가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식의 질문은 무한한 대답이 나올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아이에게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이런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커짐은 물론이다.

전경원 광주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엉뚱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서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궁리를 하고 답을 찾아나갈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상상을 계속해서 넓힐 수 있는 질문이 좋다

질문에 대한 답변은 꽤 잘하는데 그것을 더 확장시키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아이라면 연달아서 다시 질문을 할 것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호기심, 궁금함, 신기함 등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서 질문에 대한 답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힌트를 주어 대답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이와 같이 백과사전을 뒤적이면서 해답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대했던 답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틀렸다고 말하기보다는 “정말 기발하고 독특한데!” 정도로 칭찬을 하는 것도 잊지 말자. 차오름 원장은 “아이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의 대답이 나오면 곧바로 관련 질문을 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사고력이 계속해서 확장될 수 있다. 김희숙씨는 “시간 날 때마다 아이와 같이 질문을 주고 받으면 놀아보라”고 권장했다.

정답 하나뿐인 질문은 금물

답이 꼬리를 물도록 유도해야

아이와 함께 하는 ‘질문 놀이’

병원, 슈퍼마켓, 은행놀이 등 쉽게 할 수 있는 역할놀이들이 많다. 이런 놀이를 통해 질문교육을 시도해 보자. 예를 들어, 엄마는 슈퍼마켓 주인을, 아이는 손님을 맡는다. “이건 얼마예요?”라고 아이가 질문하면 “500원이에요. 뭘 만들 건가요?”라고 물어 다시 대답을 이끈다. 이때 질문과 대답이 반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아이가 싫증을 내지 않도록 놀이를 흥미롭게 이끌어야 한다. 직접 역할놀이가 시들해지면 장난감 인형을 이용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주말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하면 아이의 정서와 사고력 발달에 두루두루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림책도 질문놀이에 제격이다. 아이는 그림책을 보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여기서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역할만으로 충분하다. 아이가 그림을 보고 어쩔 줄 몰라하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면 “이 곰은 뭘 하고 있는 걸까?”라고 질문을 함으로써 아이가 대답을 하도록 한다. 최정선 보림 편집주간은 “이런 과정들이 쌓여서 아이는 스스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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