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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털옷 입은 멍청이’가 아니라 곰이라고요!

등록 2007-04-08 15:11

곰이라고요, 곰!
곰이라고요, 곰!
곰이라고요, 곰!

숲속에 살던 곰이 굴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안 숲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거대한 공장이 들어선다. 봄이 오자 곰은 굴 밖으로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공장 감독한테 “왜 일을 하지 않고 있느냐”는 질책을 듣는다. 황당한 곰은 “나는 곰이라고요!”라며 자신의 존재를 바로 알리려 안간힘을 쓰지만, 공장 사람들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염도 깎지 않고 더러운 털옷을 입은 멍청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세뇌를 시킨다. 곰은 어쩔 수 없이 공장에서 일꾼들 틈에 끼여 일을 한다.

서글픈 현실을 반영한 동화다. 산업화, 정보화 등의 혁명과 자연 정복을 통해 거의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한 개체의 힘이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선택의 폭은 딱 두 가지. 같이 따라가든지 아니면 도태되든지. 대부분 같이 따라간다. 마치 그것이 진실인 양. 그러면서 자신의 존재는 잃는다. 그저 조직의 한 부품이 되고 만다. 겨울잠을 깬 곰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동물원과 서커스단의 곰들에게 갔는데, 그들조차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대목에선 하늘 끝까지 닿아 있어 도저히 넘을 수 있는 벽이 우리 앞에 가로막고 있다는 막막함에 빠지게 한다.

잘못된 판단은 더 큰 잘못을 낳는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과 인간의 본성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큰 고통을 줄지도 모른다. 아니 지구 멸망과 인간 종말을 부를지도 모른다. 더불어 살아갈 미래를 원한다면 모름지기 지금 그 자리에 서서 한번쯤은 진지하게 자신과 세상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울림이 크게 남는 책이다.

그런데 그 곰은 어찌 됐을까? 공장이 망하고 일꾼들과 곰은 공장을 떠난다. 다시 겨울이 왔지만 이미 사람들의 말에 세뇌가 된 곰은 스스로 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숲 한 가운데 멍청하니 앉아 쏟아지는 눈을 맞는다. 얼어 죽을 처지에 놓인 절체절명의 순간 곰은 불현듯 자신을 되찾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동굴로 들어간다. 곰은 자연의 품으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는다.

작가는 자신을 되찾는 작업을 개인의 몫으로 남겨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집단적인 노력이 없으면 사회 변화는 불가능하기에…. 프랭크 태슐린 글·그림, 위정현 옮김. 계수나무/7500원.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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