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소
싸움소
얼마 전 외신에 애완견을 주인 곁에 같이 묻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는 뉴스가 떴다. 애완견이 인간에게 친구 이상의 존재가 됐음을 잘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공원이나 길에서 친구나 애인 이상으로 애완견과 다정하게 거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안다고 한다.
1960~70년대 우리가 아직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 때는 소가 그랬다. 소와 농부는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았다. 농부는 소의 눈빛만 보면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어디가 아픈지 알았고, 소도 농부의 눈빛만 보면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쟁기질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바로 알았다.
<싸움소>는 바로 그 소와 사람의 소통에 대한 동화다. ‘달소’라는 이름의 송아지가 민구네 집에 태어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달소는 처음 얼마간은 엄마소의 젖을 빨며 편안하게 지내지만, 이내 소가 짊어져야 할 운명과 하나 하나 맞닥뜨리게 된다. 엄마소가 팔려가면서 생이별을 감내해야 하고, 강제로 코에 구멍이 뚫린 뒤 코뚜레도 차야 하고, 무거운 멍에를 짊어지고 쟁기질도 해야 한다.
하나 단순한 주종관계는 아니다. 달소는 힘든 농사일을 피할 수 없지만 민구네에서 가족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멍에를 쓴 자리에 피응어리가 지자 민구는 아끼던 구슬 50개나 주고 구해온 연고를 달소에게 발라주고, 민구 아빠도 쟁기질을 하던 중에 힘들어 하는 기미가 보이자 달소 입에 막걸리를 흘려 넣어주며 ‘술친구’로 대해 준다. 달소와 민구 가족의 특별한 관계는 민구 아빠가 병에 걸리면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민구네는 달소를 팔아야 할 처지에 놓이는데, 달소는 소싸움에 나가 우승하고 우승 상금을 챙김으로써 민구 아빠를 살려낸다.
어찌 보면 예외적이고 특별한 사례 같다. 하지만 생명은 모두 소중한 것이 아니던가? 각자가 가진 운명이 어떤 것이든, 그것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아니면 보잘 것 없는 벌레이든 서로 통하며 대화하고 의지하며 살라는 게 섭리가 아닐까?
“고맙다 달소야, 나는 너한테 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라며 눈물을 흘리는 민구 아빠의 모습에서, 쟁기질을 처음 한 날 밤 달소의 목을 꼭 끌어안아 주는 민구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소싸움에서 최선을 다하는 달소의 모습에서, 생명과 사랑의 소중함이 어떤 것인지를 읽게 된다.
아울러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철없던 달소가 생각이 깊어지고 소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어른이 돼가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 보게 할 것 같다. 만남과 이별, 기쁨과 아픔을 겪으며 달소가 다른 동물과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어른소가 되듯, 아이들도 달소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커갈 것이다. 이상권 글, 김병호 그림. 시공주니어/7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아울러 비록 인간은 아니지만 철없던 달소가 생각이 깊어지고 소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어른이 돼가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 보게 할 것 같다. 만남과 이별, 기쁨과 아픔을 겪으며 달소가 다른 동물과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어른소가 되듯, 아이들도 달소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커갈 것이다. 이상권 글, 김병호 그림. 시공주니어/7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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